난자 생존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성공한
난자 생존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성공한
  • 권예은
  • 승인 2010.03.18 18:24
  • 호수 1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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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사람 행복하게 할 수 있어 기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9년 출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처럼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여성초혼 연령 상승과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불임률이 계속 증가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13%에 달하는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의 불임률을 줄이는 것은 저조한 출산율 문제 해결에 지대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 송영석(파이버시스템공학) 교수가 난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 불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송 교수는 난자 냉동 기술 관련한 논문을 지난 달 22일 PNAS(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3대 공학저널)에 발표했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BRIC)가 운영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도 선정됐다. 단대신문에서 송 교수를 만나 ‘난자 냉동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결정이 없는 투명동결을 난자동결에 활용

나노크기의 물방울 속에 난자를 넣어 얼리면 생존율 높아져,
전 세계 불임 부부에 희망 줄 수 있다

.

▲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난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난자 냉동 기술’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불임 치료를 위해서는 채취한 난자를 바로 수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보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난자를 보관하는 방법은 세포, 피, 장기 등과 마찬가지로 얼리는 방법 밖에 없어요. 난자는 이러한 냉동 과정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때문에 난자를 얼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10개를 얼리면 2~3개 밖에 못 살아요. 그래서 10개 중 2~3개가 아니라 최소한 7~8개는 살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불임부부에게는 난자를 얼려 하나만 더 살리더라도 그 영향은 상당하거든요.


먼저 보통 난자를 저장하는 방법을 설명해드리자면, 대개 난자는 큰 빨대에 영하 200도 정도 되는 아주 찬 액체 질소를 집어넣고 그 안에 저장합니다. 그 빨대를 다시 액체 질소에 넣어서 얼려 보관하는 거예요. 그런데 난자가 살지 못하고 죽는 이유는 얼릴 때 생기는 결정이 난자를 찌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보고자 제가 제안한 것이 이번에 PNAS에 실린 논문 내용입니다.


유리를 보면 투명하죠? 유리가 투명한 이유는 그 안에 결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정이 없어야 물질이 투명해질 수 있는데,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물을 기체, 액체, 고체 3가지 상태에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얼리는 방법에 따라 13가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물을 아주 빨리 얼린다면 유리처럼 결정이 안 생기고 투명하게 얼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이런 현상을 vitrification(투명동결)이라고 하는데, 이를 난자 동결에 적용시킨 것입니다.


난자가 죽는 이유가 바로 얼릴 때 만들어진 결정이 찌르기 때문이므로 유리처럼 그 결정이 안 생기게 얼려보자는 것이죠. 아주 작은 나노 사이즈의 물방울을 만든 다음에, 그 물방울 안에 난자를 집어넣은 후 얼리는 것입니다.

▲ 결정 없이 투명동결(Vitrificication)된 모습(좌)과 일반 동결 되어 결정이 생긴 모습(우)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 vitrification 외에 난자 프로젝트에서 또 다른 현상을 발견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가요?
우리가 요리를 할 때 뜨거운 프라이팬에 물방울이나 기름 한 방울을 떨어트리면 그것이 막 움직이죠? 혹은 화학실험에서도 액체 질소를 바닥에 뿌리면 그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입니다. 이것을 levitation(공중부양) 현상이라고 불러요.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느냐면 뜨거운 프라이팬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증발을 하는데, 그러면서 그 물방울이 붕 뜨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사람이 공중 부양 하듯이 붕 떠서 마찰 없이 움직이는 거예요. 그런데 연구 과정에서 난자가 들어 있는 물방울도 액체 질소에 떨어트리면 그 작은 물방울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여기에서도 levitation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난자 프로젝트 중에서 앞에서 말한 vitrification과 levitation, 이 두 가지 물리적 현상이 흥미로워 제가 컴퓨터로 수치적으로 해석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여 쓴 논문이 이번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난자를 얼리는 획기적인 방법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사실 저는 이공계 분야에 있고, 의료나 바이오는 엔지니어로서 생소한 분야잖아요. 그랬더니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 같아요. 공학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바이오 쪽은 아직 옛날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요. 전자 제품은 점점 작아지고,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바이오 분야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난자를 얼리는 기존의 방법 역시 원시적이었고, 좀 더 소형화, 자동화 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은 공학계열인데, 거리가 먼 난자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공학 박사 출신으로 바이오와 전혀 관계가 없었어요. 컴퓨터를 돌리고 힘이 어떻게 될까 하는 역학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후에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엔지니어링을 배웠지만 사람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MIT에서 하버드의대로 옮겨 일을 하게 됐죠. 하버드 쪽에서 처음 저에게 원하는 것도 의학과 공학이 합쳐지는 융합적인 기술을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하버드 생활에서 제가 일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난자를 얼리는 프로젝트였습니다.

 

▲ 난자 냉동 기술 연구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현재 이 연구는 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에서 생쥐 실험 결과는 웬만큼 나왔습니다. 이제는 인간 난자 연구를 할 단계입니다. 하버드의대가 제일 큰 불임 치료 센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곳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저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장비를 셋업하고 실제 난자를 가지고 실험을 수행해 왔는데요, 현재 계속해서 연구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 난자 냉동 기술 개발을 통한 기대효과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점점 불임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불임 치료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아요. 한 달 전부터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고, 맞더라도 많이 나와야 10개 정도입니다. 여러 가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통이 많다고 할 수 있죠.

불임 부부에게는 아이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부의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을 의료관련 다국적 기업에게 기술이전 하여 전 세계 모든 불임 부부에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 난자 냉동 기술 연구를 하면서 혹시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또 기술 개발에 성공 했을 당시의 기분도 알고 싶습니다.
바이오와 생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배우며 익숙해지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생쥐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이를 핸들링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본 기술의 요점은 하나의 난자를 작은 물방울(droplet)에 캡슐화(encapsulation)시킨 후 난자를 손실 없이 정확하게 핸들링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제 밑에 있던 연구원과 거의 1년간 정말 고생했던 것 같아요. 바이오 분야는 나름대로의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성공했을 때는 여담이지만 작은 파티를 열었습니다. 특히 그 때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계신 연구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초소형 초정밀 고분자 성형, 섬유 고분자 복합재료, microfluidics(미세유체공학)로 크게 세 가지입니다.
나노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죠? 하지만 실제로 나노 제품을 본 적은 없을 거예요. 그 이유는 실험실 스케일에서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한 공장 스케일로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나노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나노 및 바이오 제품의 대중화게 기여하고 싶어요. 논문이나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보다 사람들에게 공학기술이 가까이 갈 수 있는 제품이나 재료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권예은
권예은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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