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민사재판과 형사재판 구별하기
(26)민사재판과 형사재판 구별하기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10.03.18 18:31
  • 호수 1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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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위도 경우에 따라 달라

단웅은 며칠 전 귀가하는 도중에 술에 취하여 시비를 거는 A로부터 아무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였다.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들에 의해서 구조를 받았으며, 이후 단웅과 A는 경찰서로 같이 갔으며, A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단웅은 1주일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며, A는 벌금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A는 그 이후로 자신의 병원을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으며, 치료비 또한 단웅이 직접 지불하였다. 단웅은 A가 잘못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발생한 손해(치료비등)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행위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사건이 되기도 하고, 형사사건이 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이 동시에 문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에서 자신이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교도소에 가지 않는지, 남의 돈을 갚지 않으면 당연히 교도소에 보내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되지 않는지, 상대방이 상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면 검찰에서는 치료비를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구별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오해이다. 민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사적인 관계로, 해결절차는 누군가로부터 부당하게 손해를 입었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배상을 받는 절차로 진행되지만, 형사소송은 범죄를 저지른 개인과 형벌권을 가진 국가 사이의 관계로 검사가 범죄혐의자를 대상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그에 대하여 유무죄판단을 한 후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즉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전혀 별개의 문제를 다루는 서로 독립적인 절차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직 미식축구선수였던 O.J.심슨이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는 무죄평결을 받았으나,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심슨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남자 친구의 가족들이 승소한 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형사소송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강한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음에 반하여, 민사소송에서는 그보다 완화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승소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서 돈을 빌려주었는데, 상대방이 돈을 갚지 않자 그 사람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돈을 빌려주는 것은 금전소비대차인 관계로 이는 민사관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절차에 의해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그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다룰 수 없다. 단 예외적으로 돈을 빌린 사람이 처음부터 돈을 떼먹을 요령으로 빌렸다면 사기죄는 성립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의사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웅의 경우 상해죄와 관련된 형사재판은 피고인에게 형벌을 주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단웅이 입은 손해(치료비와 위자료)는 손해와 관련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배상받아야 한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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