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대출도서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대출도서의 가벼움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0.03.23 17:07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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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하지 않는 대학생’에서 벗어나보기.

 

예전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대학생 취급을 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대학생 대접을 받는다. 예전의 대학가에서는 서점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가에서는 술집이 호황을 누린다. 예전에는 국민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대학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대학생들도 똑같이 선호한다.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외수, 장외인간中)

 이번 도서관 대출도서 취재 중에 도서관측에서 “학생들이 재미위주의 소설만 읽고 전공도서나 기초학문도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빌려가는 책도 거기서 거기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학생들의 독서습관이 소설이나 에세이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실제 통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지난해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의 대출순위 1위 도서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J. K.롤링)이었고 율곡기념도서관은 판타지 소설 『묵향』(전동조)이었다. 또 죽전캠퍼스의 경우 최다 대출도서 50위 중 2권을 제외한 48권이 소설과 에세이로 96%를 차지했고, 천안캠퍼스의 경우 최다대출 도서 50위의 80%가 소설이었다. 도서를 살펴보면 죽전의 경우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50위 중 15권이나 있고 그 외엔 기욤뮈소, 오쿠다 히데오, 정수현 작가의 트렌드 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사실 대학 도서관의 최다 대출도서에서 전공도서나 기초교양도서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우리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대출순위 1위의 책은 김동영의 에세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고 이화여대의 경우 『식객』(허영만)과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었다. 서울대, 경희대 등 여타 대학들 사정도 비슷하다.

물론 대학도서관의 도서 대출현황으로 학생들의 독서수준을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 학생들이 사유의 책을 선호하지 않고 재미있고 가벼운 책만 읽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대학생들의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자연과학적 기초지식 부재를 낳고 ‘의식 없는 20대’라는 꼬리표를 달아줬다 해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자, 생각해보자. 해리포터와 볼드모트가 싸웠는데 해리포터가 이겼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권선징악의 원리? 정의는 승리한다? 마법의 주문? 아서라, 우리는 초등학생이 아니다. 이젠 재미있고 자극적인 도서에서 벗어나 정신과 교양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을 읽고 ‘사유하는 대학생’으로 거듭나볼 때이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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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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