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 천재니
  • 승인 2010.03.23 23:45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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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우리는 흔히 줄여 말해 ‘아.싸’ 라고 얘기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파릇파릇함의 계절 봄. 그러나 캠퍼스 주변엔 아직도 동장군을 얼싸 안고 교정을 배회하는 수많은 아싸들이 있다. 항상 재빠른 걸음걸이와 수업 시간이 임박했을 때 등장, 수업이 끝나면 가장 먼저 퇴장, 주로 가는 곳은 도서관 컴퓨터실과 열람실, 점심은 걸어가며 삼각김밥 먹기. 이 눈물나게 슬픈 대학생활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면, 아뿔싸. 당신도 아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아싸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원치 않게 아싸가 되버리는 ‘어쩌다’ 형, 스스로 모든 이들을 왕따시키며 아싸의 길을 걷는 ‘나 홀로’ 형. 아, 생각해 보니 하나가 더 있다. 의지와 다르게 아싸가 됐지만 혼자가 편하다는 주문을 걸며 애써 당당하려는 ‘괜찮아’ 형. 필자도 이 중 마지막 아싸의 유형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휴학을 끝내고 복학을 하니, 4학년인 동기들이 대부분 휴학을 한 것이다.

홀로 듣는 수업은 참으로 외로웠다. 하지만 나는 당당해야 했다. 조별 발표라도 있을 땐 이미 삼삼오오 짝지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했는데, 그것도 여러 번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이 글을 읽는 아싸들을 위해 한 수 알려드리자면 먼저, 분위기가 너무 업(up)되지 않고 다운(down)되지도 않은 무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인원이 홀수인 조의 문을 두드려야 열리기 쉽다.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당당하지만 예의바른 목소리로 조를 아직 못 정했는데 끼워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이 때, 비굴함은 절대 보여선 안 된다. 친구 없어 보이는 성격이상자와 과제를 하고 싶어 하는 조원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을 때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조에 흡수되어야 그나마 외로운 교양수업에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의 아싸 적응기만 봐도, 혼자 밥먹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당당한 아웃사이더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하지만 역사는 대다수의 마이너가 아닌 소수의 메이저가 이끌어 가는 것이다. 당신이 복학을 했든, 군에서 이제 막 전역을 했든, 정말로 친구가 없든 간에, 또래집단이 가장 중요시 되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냈으니 더 이상 남의 시간에 내 시간을 맞추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사하기 바란다.

이때야 말로 장학금 타는 소수의 메이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니! 이렇듯 아싸의 3종 유형 모두, 당당한 소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짝지어 앉아 떠들다가 교수님 눈에 찍혀 B를 받는 이들이 부러운가? 내게 말 걸어 줄 이 없어 교수님 수업 열심히 들었더니 A받은 아싸가 부러운가? 아싸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당신 스스로의 몫인 거다. 수강신청 기간에 머리 맞대고 내가 듣기 싫은 수업이지만 친구와 함께하는 점심시간을 위해 희생하는 1인보다, 듣고 싶은 수업을 남의 눈치 안 보고 화끈하게 선택하는 당신이, 진정한 메이져가 될 자격이 있다. 갑자기, 필자가 즐겨 보는 개그프로그램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다섯 쌍의 단짝들이 아싸를 선언하면, 인기 수강 과목의 빈자리가 열 개나 되리니!” 부디, 독립적인 아싸들의 대학생활에 축복이 있기를 빈다.

천재니(문예창작·4)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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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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