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斷腸之思
26. 斷腸之思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0.03.24 14:01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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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 : 끊을 단 腸 : 창자 장 之 : 갈 지 思 : 생각 사

26. 斷腸之思

1. ‘단장’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로, 마음이 몹시 슬프다는 뜻.
2. 부모 자식간이든 연인간이든 친구간이든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슬픈 이별의 아픔을 뜻함.

斷 : 끊을 단 腸 : 창자 장 之 : 갈 지 思 : 생각 사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 얼마 전 한 여학생이 제 삶을 제대로 펼쳐보기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극악무도한 짓으로 인해 사랑하는 부모와 이별을 하였습니다. 피의자는 자신이 엄청난 죄를 짓고서도 “나와 무관한 일이다”, “모른다” 등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매몰찬 인간에게서 범행을 자백 받은 사람이 바로 두 딸을 둔 ‘경사’였습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박 경사는 딸을 둔 아버지의 입장으로, 그리고 딸을 여읜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며 피의자에게 자백을 권고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피의자는 술이 취해 잘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도 범행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몇 년을 전후로 하여 아들을 잃은 연예인들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새로 하는 드라마에서도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자식을 잃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고 합니다.

죽은 자식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듯하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한 고통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렇게 자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성어가 ‘단장지사’입니다. ‘단장’은 중국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편(黜免篇)>에 나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촉(蜀)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나누어 싣고 양자강을 따라 가는 도중에 삼협(三峽)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삼협은 사천성(四川省)과 호북성(湖北省)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중국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삼협을 지날 때 진나라의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그 새끼원숭이의 어미가 환온이 탄 배를 좇아 백여 리를 뒤따라오며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배가 강어귀 좁은 곳에 이르자 그 원숭이는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 올라 탔습니다.

하지만 원숭이는 자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를 태우며 달려왔기 때문에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습니다. 배에 있던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어미 원숭이는 새끼원숭이를 잃은 슬픔으로 인해 창자가 끊어진 것입니다.

배 안의 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을 보고 놀랐으며, 이 말을 전해들은 환온은 새끼원숭이를 풀어주고 그 원숭이를 잡아왔던 병사를 매질한 다음 내쳤다고 합니다. 진나라 병사가 새끼원숭이를 잡아 오지만 않았어도 어미 원숭이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고 새끼원숭이도 어미를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 주인은 새끼를 장에 내다 팔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그 어미의 울음소리는 남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물며 짐승도 이와 같을 것인데 사람은 어쩌겠습니까. 피의자 김길태도 자신을 길러 준 양어머니를 대면하는 것은 꺼렸다고 합니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어긋난 길을 간 그였지만 친어머니 대신 자신을 길러 준 양어머니 앞에서는 소중한 자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숨진 여학생의 부모 마음을 피의자가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기』 <예운편(禮運篇)>에 보면 “큰 도가 행해지면 (중략) 사람들이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알지 않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도 않는다.(大道之行也, (中略) 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에는 “사람마다 각기 그 어버이를 친히 하고 그 어른을 어른으로 섬기면 천하가 평해질 것이다.(人人親其親長其長而天下平)” 라고 하였습니다.

남의 부모를 내 부모처럼 여기고, 남의 형을 내 형처럼 여기면 내 부모와 형이 다른 사람에게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남의 딸을, 여동생을 내 딸과 여동생으로 알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자기를 미루어 남을 생각하라(推己及人)’고 하였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마는 여학생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슬프고 애닮고 안타까운 것 보다 몇 배는 더 괴로울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기다려주시지 않습니다. 살아계실 때 후회하지 말고 잘 해드리기 바랍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도 있듯 좋지 않은 일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럽고 당황스럽지만, 이 일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성폭행범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하고 자식들은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려드립시다.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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