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touch] 쉴 틈 없는 내한공연 이제는 해외도 부럽지 않다.
[대중문화 touch] 쉴 틈 없는 내한공연 이제는 해외도 부럽지 않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0.03.24 19:42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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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는 내한공연 이제는 해외도 부럽지 않다.

지산밸리락페스티벌의 1차 티저 라인업 발표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영국의 세계적인 락 밴드 뮤즈를 놓고 “뮤즈가 또 오나?, 벌써 네 번째인데 아무리 뮤즈라도 이제는 식상하다”하는 배부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한국의 내한공연시장에는 녹색불이 켜졌다. 밥 딜런, 제프 백, 펫 메스니 등 그 이름만으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들이 한국 공연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 성공률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골수 락 팬들은 결코 ‘99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의 전설’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 이른바 ‘락의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 땅에서 트라이포트는 딥퍼플, RATM, 드림씨어터 등 해외 유명 페스티벌 포스터 속에 서나 보던 ‘그림의 떡’들을 그림 밖으로 꺼내 한국에 데려오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적의 섭외력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티켓 판매율로 인해 다음 해 트라이포트는 전설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야만 했다. 그래미 최우수 메탈앨범상을 받은 인플레임즈의 2002년 내한공연 때는 고작 400여명의 관객들만이 그들을 맞았다. 이러한 한국의 락 음악 관객수준에 대한 악명은 참담한 음반 구매율과 더불어 한국을 내한공연의 사각지대로 전락시켰다.

▲ 인천 펜타포트에서 공연중인 세계적인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언더월드.

그런데 2006년, 한국 공연계에 역사적 사건이 터졌다. 사라졌던 ‘트라이’포트가 인천시와 SBS라는 든든한 두 개의 뿔을 새로 달고 ‘펜타’포트로 부활한 것이다. 이번에는 모든 것이 달랐다.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티켓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그동안 락에 목말랐던 관객들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해외 뮤지션들을 감동시켰다. “한국은 아시아의 이탈리아다”라는 기사가 해외 음악잡지들을 도배했을 정도로 한국 락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곧 한국 땅을 밟았던 뮤지션들은 손나팔을 만들어 한국을 세계에 알렸고, 펜타포트라는 도약대를 힘껏 밟은 내한공연 성공률은 훌쩍 뛰어 올랐다. 거기다 옐로우나인, 아이예스컴, 엑세스 등의 굵직한 공연 기획사가 뿌리 내리면서, 지금의 한국 땅 위에는 비로소 내한공연의 봄꽃이 활짝 피게 된 것이다.

이런 내한공연의 활성화가 가져오는 ‘공연 중심의 음악계’로의 전환은 병든 한국 음악시장에 항생제로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음악산업의 축이 음반이었다면 이제는 공연으로 넘어가는 것이 지당하다. 공연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아이돌에 치우친 기형적인 성장을 거듭한 탓에 도리어 퇴화되고 있는 한국 음악시장에 ‘수준상승’이라는 산들바람을 불어오리라고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음악 시장의 나침반이 비로소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김상천 수습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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