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군대 간 남친, 기다려야 하나?
④ 군대 간 남친, 기다려야 하나?
  •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 뉴스부장
  • 승인 2010.03.30 11:50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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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남친 기다리기? 결혼 확신 없으면 모험
④ 군대 간 남친, 기다려야 하나?
군대 간 남친 기다리기? 결혼 확신 없으면 모험


[문] 저는 대략 2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22살 동갑내기 남자친구구요. 그 친구는 작년 겨울에 입대를 했습니다. 동갑이다 보니 군대에 가기 전부터 워낙 격 없이 지내기도 했거니와, 사람들이 말하듯이 군대에 가더니 달라지는 것인지 서로 조금씩 더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군대에 있기 때문에 보지도 못하고 전화로만 통화하는데, 함부로 대하는 그 애를 견디기가 참 힘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만 하면 싸우고 서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는 바깥에 있는 입장으로써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저 애를 기다려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너무나 많이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헤어질 마음은 도통 먹을 수가 없더군요. 이 아이도 심한 말들을 불쑥불쑥 내뱉고는 다음날이면 다시 사과를 하구요. 뭔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듭니다. 과연 이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이 아이 말로는 군대에 있다 보니 내게 신경을 많이 써줄 수가 없다, 나오면 잘해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나와서 정말 잘 해 줄 수 있기는 한 걸까요? 솔직히, 결단은 내리지 못하면서도 이별에 대한 생각을 수 천 번 수 만 번 했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걸 보면 뭔가 아직도 제가 더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지금 마음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요?


[답] ‘고무신 거꾸로 신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것은 한국 징병제의 역사와 함께 할 정도로 내공이 깊은 문제가 아닐까. 애인 없이 병장만기 제대를 했기 때문에 절절하게 공감되진 않는다. 하지만 생이별을 당한 청춘남녀에게 군대는 사랑마저도 충성도를 시험하게 한다. 작년 겨울에 입대했다면 군복무가 2년으로 줄었다고 해도 아직 제대날짜를 헤아리기 어렵다.

남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을 나눴던 사람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사랑이 가증스러운 것은 이런 빈자리일수록 다른 사랑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다는 것이다. ‘홧김에’ ‘외로워서’ ‘술에 취해서’ 등등.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진 이들이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된 변명은 너무도 많다.

사실 이런 것들이 어쩌면 더 인간적이다. 군대 간 남친이 여친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집착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심리적 불안감을 가학적인 행위로 해소하고 사과하고 나서는 다시 자신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남친의 행동은 안 그래도 지쳐있는 자신의 사랑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시간이 더할수록 짜증은 심해질 것이 뻔하다. 이별을 수천, 수 만 번 생각했다면 이미 종착역이 보이는 단계에 진입한 듯싶다. 일반적으로 동갑내기 남녀가 장기간 연애를 통해 결혼에까지 이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군대라는 장애물이 있는 경우 그 확률은 엄청 희박해진다. ‘왜?’라는 질문에 답한다면 현실 때문이다. 결혼을 굳게 확신하지 않는다면 여자가 군대 간 남자를 기다린다는 것은 모험이다. 더구나 온갖 유혹과 난관을 극복하고 기다렸다 해도 그 남자와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다.

군대는 청춘남녀가 사회적으로 성숙되는 가장 민감한 시기에 보통 걸쳐져 있다. 육체적 정신적 사랑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사랑이 엄연히 다름도 깨닫게 된다. 남친을 기다린 여자는 자신의 숭고한 수절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남자는 기다린 여자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복학에 졸업에 취업에 시달릴 동안 여자는 이미 사회인이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사람은 또 다른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악의 상황은 군에 다녀온 남친의 사랑이 식어버리는 것이다. 순애보에 나오는 사랑을 꿈꾼다면 기다리라. 이 남자가 아니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기다리라. 그러나 똑똑한 사랑을 하는 것이 여자에겐 중요하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군대는 제대로 된 이별과 현실적인 사랑을 절감시키는 인생의 성장통이다.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 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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