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十匙一飯
27. 十匙一飯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0.03.30 11:56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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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열 십 匙:숟가락 시 一:한 일 飯:밥 반
27. 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

十:열 십 匙:숟가락 시 一:한 일 飯:밥 반

한 사람의 밥 한 숟가락이 여럿도 살릴 수 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소설가 성석제님이 쓴 글을 보았습니다. ‘제2회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자랑스런 의사에게 시상을 하는 것인데, 공동 수상자 중에 한 분이 신부님이었답니다. 약간 검은 얼굴에 마른 체구로 시상식에서 세 가지의 난센스퀴즈로 분위기를 휘어 잡았다고 합니다.

그 예를 들어 보면 ‘흥부가 형수에게 밥주걱으로 왜 맞았을까요’, ‘윈도우의 아빠는 누군가요’, ‘아리랑의 엄마가 누군지 아십니까’ 였습니다. 근엄한 장소에서 유머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입니다. 성석제님은 이 글의 제목을 “웃다가 울게 만든 이야기”라 하였습니다. 이 분이 바로 이태석(1962-2010) 신부님입니다.

2009년 12월에 상을 받고, 올해 1월 14일 선종하셨습니다. 대장암이 간까지 퍼져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분이 왜 자랑스런 의사상을 받았을까요. 이 신부님은 사제와 수녀가 된 형과 누나들을 안타까워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의대에 입학했고, 그리고 그 후에 사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분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계기가 바로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에 있는 톤즈(Tonj)로의 파견이었습니다. 수단은 23년째 내전중입니다. 이곳에서 이태석 신부님은 폐허가 된 학교 건물을 다시 쌓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통해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치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신부님은 수단에서 사제의 역할보다는 의사로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내전 중인 나라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며 100여명의 환자들과 결핵, 나병 등 장기 입원환자를 돌보고, 지속적인 예방접종 사업과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이동진료를 하셨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수상 소감으로 전기와 수도도 없는 궁벽한 시골에서 봉사한 이야기 중 홍역으로 죽어가는 많은 어린이들을 위하여 태양열 냉장고로 백신을 보관 저장하여 접종 후 이로 인한 사망자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하였습니다.

평소 이 신부님은 톤즈에서는 월 5,000원이면 한 아이의 교육비와 학용품비, 간식비까지 해결되고 연간 교육비는 35,000원(초, 중학생)~ 50,000원(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의 1%만 나눌 수 있다면, 남수단의 어린이들이 배고픔을 잊고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호소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사자성어 중에도 이 신부님이 말씀하신 말과 통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십시일반’입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친구 중 한 명이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으면 친구들이 한 숟가락씩 밥을 나누어주며 함께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준 것은 작지만 그 작은 것이 모여 한 학생이 배를 곯지 않은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도 처음부터 위대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지금에 이 신부님이 계시기까지 많은 계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25장 40절의 예수님 말씀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 의사로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도 이태석 신부님에게는 삶의 자양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릴 적 집 근처에 있었던 ‘소년의 집’에서 가난한 고아들을 보살피고 몸과 마음을 씻겨주던 알로이시오 신부님과 마리아 수녀님의 헌신적인 삶의 모습, 일찍이 홀로 되어 10남매의 교육과 뒷바라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님의 삶이 사제활동과 의료 봉사를 하는 이 신부님에게 힘이 되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태석 신부님과 같이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1988년부터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던 최일도 목사님입니다. ‘다일공동체’를 만들어 무료급식을 하면서 수 많은 어려움을 겪어 냈습니다. 최근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 ‘다일천사병원’이라는 무료병원을 건립했습니다.

주위에서 다 “허무맹랑한 짓”이라고 말했으나 최 목사님은 결국 그 뜻을 이루어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수단에서, 최일도 목사님이 청량리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은 나눔의 실천이었습니다. 이러한 실천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분의 숭고한 희생이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였고, 이 분들의 무모한 도전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었던 분들의 작은 도움이 합쳐져서 지금의 큰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요즘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것이 초, 중등학교 무료급식입니다. 한쪽에서는 ‘포퓰리즘’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농어촌빈민에게 실시한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면 실시를 외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어렵고 힘든 일일까요.

이태석 신부님과 최일도 목사님이 하신 일이 처음에는 무모한 일이었지만 일하는 사람의 열정이 있고, 작은 도움이 모이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희망을 실천하면서 우리의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밥 한 숟가락이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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