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아시아와 아시아의 친구들에 대한 관심 베트남 친구들은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③ 아시아와 아시아의 친구들에 대한 관심 베트남 친구들은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동문
  • 승인 2010.03.31 17:41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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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지구적 문제 해결의 열쇠 현재까지의 공간 인식론 넘어서는 신세기적 공간 인식이 우리에게 필요

▲잘 다려진 버튼업 셔츠를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 때 입고 가기 위해 고이 걸어놓았다. 그 친구들은 바로 아시아의 친구들.

▲베트남전 참전 미군 병사 - 아시아의 지리적 역사지도 안에서 아시아 공간은 제3자적 풍경으로 종종 다가온다.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아시아의 주체는 서구의 테두리 안에서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면 하나. 2009년 한여름 밤, 중국 자본도시의 최전선 상하이. 우리의 명동거리쯤 될 법한 난징동루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전세계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메이커 식당에서 혼자 간단히 요기를 할 때 옆자리에는 또래 청년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한 친구는 인상이 좋아보이는 대만인 프로그래머 ‘차이’였다.

나는 곧 잘 중국 청년을 만나면 물어보곤 하는 것이 있다. “너는 마오쩌둥을 어떻게 생각하니?” 이것은 중국 공산주의가 현재의 수정주의 노선 기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청년문화와 다음 세대를 어떻게 껴안는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 청년들은 대개 마오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그러나 문화 혁명을 이야기할 때는 대다수가 부정적이었다. 최소한 내가 만난 중국 친구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만 친구들 이야기는 마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곤 했다.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는데 나는 비판적으로 보는 편이다”라고 ‘차이’는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한국은 남북한으로 나눠져 있어. 중국은 북한과 가깝잖아.(이 말은 지리적으로만 가깝다는 뜻은 아니다.) 김정일 정권을 어떻게 생각하니?”, “Bad.” ‘차이’의 답변은 명쾌했다.

중국정부는 전략적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대외관계의 폭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이익의 관점에서 국가정책의 헤게모니가 결정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동시에 국가적 관점이 정치적으로 한 발 뒤에 물러서 있는 후대 세대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경향이 흥미롭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친구들은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의 문화적 자장이 동남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태국 방콕의 스트릿 문화는 일본 하라주꾸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동남아 청년문화는 리드미컬하게 트랜드 양상을 변화시켜간다. 남한과 북한이 반 세기 이상 전혀 다른 체제 속에서 세대를 거듭하면서 서로가 세상을 인지하는 시각 자체에 큰 괴리를 가지게 되었다. 북한 친구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극동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영호남처럼 일본 각 지방간의 관계는 어떠할까. 거리상으로 베트남 호치민보다 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마리아나 제도(미국령) 아그리안 섬이 서울에서 더 가깝다.

미크로네시아의 사람들을 우리는 아시아라고 인지할 수 있는가. 혹은 식민지 역사를 되짚고 올라가서 우리들이 현재 알고 있는 국경과 정치적 변동의 소용돌이를 헤집고 그것을 하나 하나 복귀한 뒤 학자들과 비평가들이 그렇게 하듯 선을 긋고 공간에 대한 인식론을 규격화 해야 할까. 런던의 소호거리에서 한국정부의 차기 정치판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시시한 일인가.(나는 정말 소호거리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방글라데시 정부의 공식 역사인식론으로 보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시시한 일이 될까. 역사인식론에서 일본은 탈아시아를 표방했지만 결국 아시아의 일원임을 스스로 시인하고 말았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뉴욕이나 파리처럼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등 지구적 문제는 이제 생활차원의 문제가 되어 간다.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메머드급 연담화 과정을 통해 재편 중이며, 우리의 출산율 저하 문제와는 다르게 전세계 인구는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고, 한반도 근해 해수 온도변화에 따라 어종의 출몰시기와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 국가차원의 국경선은 유럽이 그러하듯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종의 상징처럼 되어간다. 또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국내 상황은 차후 한국의 문화판도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까지의 공간 인식론을 넘어서는 신세기적 공간 인식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특별히 제3세계로 지칭되는 서구적 공간 인식론에 대항하여, 지구화의 문제를 아시아적 차원의 대항 화두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시아에 다가가는 만큼 아시아는 우리가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의 열쇠를 제시할 것이다. 4월이 온다. 봄인 것이다. 꽃나무들의 꽃에서 향기가 펴져나갈 때 내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찬다. 봄은 설레임의 계절이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과 아시아의 친구들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 청춘의 한 자락이 얼마나 소중한가.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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