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쉬워도 너무 쉬운 나
5. 쉬워도 너무 쉬운 나
  • 이명구
  • 승인 2010.04.06 23:37
  • 호수 12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애는 눈과 머리로만 하는게 아니야 닫혀있는 마음의 문 활짝 열길
⑤ 쉬워도 너무 쉬운 나 

















[문] 21살, 아직도 연애경험이 無인 나다. 이래저래 갖은 핑계와 변명을 해도 어쩔 수 없는 무능력자 솔로 인생이다. 수많은 변명 중 하나인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는 으뜸가는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난 정말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는 그렇다 치고 여중에 고등학교는 공학이었지만 분반이었다. 학원에서 많이들 남자친구들을 사귀지만 난 속셈학원을 다니질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지금에서야 후회하지만 뭐 이미 지난일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대학교에 올라올 때 걱정거리는 동기 남자친구들과 어색하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걱정거리는 동기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사라져 버렸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난 주위에서도, 그리고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너무 쉬운 여자 같다. 정말 관심이 없던 남자도 내게 아주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마구 생겨버린다. 또 이런 마음도 아주 빨리 끝나버린다. 누군가를 좋아하던 크디큰 마음이 사라져 가는 것이 싫고 슬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 친구들은 내게 헤픈 여자라고 한다. 헤픈 여자라지만 속으로만 이러는 연애경험 없는 순수 그 자체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나도 이런 내가 조금은 싫고 불쌍해진다. 난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답] 연애경험은 없는데 친구들은 헤픈 여자라고 생각한다? 이거 뭐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 스타일이다. 여성을 표현할 때 헤프다는 것처럼 선정적이고 위험한 형용사는 없을 것이다. 특히 ‘심신 중 어느 쪽이 헤프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선 대학생활 이전까지 전형적인 여성조직의 일원으로 살아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초딩들도 애인이 있고 심지어는 극히 소수겠지만 고학년의 경우 성관계까지 맺는 세상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대는 엄청 순수하든 바보 같든 21년을 어쨌든 잘 버텨온 셈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대학에 와서는 남자 만나는 게 살짝 두려운 것이 당연했던 일인지 모르겠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동기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고 느꼈다는 점이다. 단지 대학 동기여서 그런 것인지 가슴 한번 설레게 해줄 만큼 매력적인 남자가 없어서인지 진짜 원인이 궁금하다.

고민을 털어놓은 주인공은 호기심은 가득하지만 사랑에는 진짜 서툴러 보인다.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급속히 빠져들었다가 금방 싫증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런 식이면 사랑은 완성되기 어렵다. 연애와 사랑이 동일하다면 그 색깔은 천차만별이다. 운명적이고 순간적인 불같은 사랑이 있는 반면 잘 익은 술이나 과일처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사랑도 있는 법이다.

외형상 헤프면서도 속으로는 연애경험이 없는 여자? 현실적으로 이런 여자는 존재하기 쉽지 않다. 여자의 친절은 남자에게 많은 오해를 낳고 구애를 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그대는 대인관계에서의 대문은 활짝 열어놓고 여자로서 마음 속 문은 굳게 닫아놓은 것은 아닌지.

연애는 눈과 머리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감을 넘어 육감이 동원되고 그것들이 마법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작은 스킨십 하나에도 형언할 수 없는 가슴떨림이 있기에 인간은 동물들의 짝짓기와는 사뭇 다르게 남녀가 하나로 엮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머릿속뿐만 아니라 감성과 스킨십에 있어서 아주 조금은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대학 동기 중 남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다른 집단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나 자신이 급속히 빠져든 사람과 단계별로 진도를 나가보라.

손을 잡고 피부를 느끼고 가벼운 키스까지 도전해보라. 그래도 심신의 변화가 일지 않는다면 연애상대는 아니다. 결혼이전까지 순결을 지키는 처녀콤플렉스 따위가 아직도 청춘들을 지배한다고 보진 않는다. 자신을 불쌍해하며 징징대기보다 용기를 갖고 연애상대를 포획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 뉴스부장
이명구
이명구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