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신현기(특수교육) 교수
  • 승인 2010.04.14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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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별기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특수교육과 교수 신현기

 
작년 우리 곁을 떠나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뜻에서 그분의 글을 모아 발표한 잠언집이 있다. 그 잠언집의 제1권에는 우리들에게 인간의 가치 기준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요하는 글이 소개되어 있다.

“배가 난파되어 승객들 모두가 사망하고 단 두 명만이 나무판자에 의지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 사람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필가 버나드 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정신지체 어린이다. 다행히 구명고무보트가 하나가 있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보트는 1인용이다. 누구를 살려야 하는가?”

물론 가정의 글이기는 하지만 그 글은 우리들에게 사람에 대한 가치관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서 충분하다.

장애를 가진 교수로서 작년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을 우리들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하고 가신 장영희 씨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소개되고 있다. 서강대에서 영어회화 시간에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생사의 기로에서 누군가를 선택적으로 살려야 할 경우 누구를 제외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영어로 토론을 하도록 하는 장면이다. 이 수업에서는 단순 노동을 하는 눈먼 소년이 등장한다.

학생들의 토론 속에서 역시 눈먼 소년은 일찍이 제외된다. 그런데 한 학생이 더듬거리며 눈먼 소년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데 그의 주장은 이렇다.

 

"나는 소년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커다란 공헌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나라에서는 여러분이 이미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아주 바쁠 겁니다. 좋은 나라,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신없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그 사회에도 경쟁이 생기고, 질투와 미움에 사로잡혀 권력을 놓고 싸울 겁니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 이 눈먼 소년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자기 시간을 쪼개 그를 도와야 할 겁니다. 그러면 남을 돕고, 남을 위해 나의 작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남을 돕고 함께 나눌 줄 모르는 나라라면, 그런데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였지만 역시 우리의 사고 한 가운데에는 사람의 쓸모가 가치기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말았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손가락들이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하며 논쟁을 한다. 첫째 손가락(A thumb)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넘버 원’이니 자신이 최고라고 하였다. 그러자 둘째손가락(forefinger)이 앞을 향하여 자신을 쭉 뻗으며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보아 자기가 최고라고 했다. 세 번째 손가락은 가운데 손가락(middle finger)으로서 왼쪽에 2개의 손가락, 오른쪽에 2개의 손가락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며 자신이 최고라고 했다. 그러자 네 번째 손가락(ring finger)이 가장 중요한 약속인 결혼을 할 때 교환하는 반지를 끼우는 손가락이 가장 소중하기에 자신에게 끼운다고 하며 자기가 가장 잘 났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구석진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손가락이 있었다. 새끼손가락(little finger)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콧구멍을 후비거나 귓구멍을 후미는 정도였기에 자랑할 것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내 뱉을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내가 잘려서 없어지면 손 전체가 병신이야”

사람은 쓸모로 평가하는 존재가 결코 아니다. 저마다 존중되어져야 할 실체이다. 사람은 결코 어떤 가치기준을 적용하여 순차적으로 제외시킬 수 없는 존엄한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와 쓸모를 가지고 평가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제외 대상으로 꼽히는 존재가 장애인이기에 가슴이 아프다.

여러분도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떠한 답을 내릴 것인가?

엄지손가락을 쭉 뻗은 채 나머지 손가락으로 주먹을 힘껏 쥐면 다섯 손가락으로 주먹을 쥐었을 때와 비교할 때 80% 가까운 힘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새끼손가락을 쭉 뻗은 채 같은 방식으로 주먹을 쥐면 50% 정도의 힘 밖에 나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가장 쓸모없을 것 같은 새끼 손가락의 기능이 그렇게 중요한 작용을 하니 말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 이전에 그들은 사람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날이다. 함께 하는 마음을 준비해 가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를 바란다.

 

 

 

신현기(특수교육) 교수
신현기(특수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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