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장하다, ‘작은 거인’
아! 장하다, ‘작은 거인’
  • 권용우 명예교수
  • 승인 2010.05.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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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장하다, ‘작은 거인’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2010년 4월 27일! 이 날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 날은 오은선(44 ‧ 블랙야크) 대장이 안나푸르나 8,091m 정상의 등정에 성공한 감격의 날이다. 우리는 그 동안 천안함(天安艦) 침몰로 인하여 연일 침울해 있는 터였는데, 이 날 18시 15분(현지시각 오후 3시),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14좌(座) 완등(完登)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 일손을 멈추고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말 자랑스럽다. 그리고, 정말 장하다.

지금까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모두 20명이다.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를 시작으로 하여 그 동안 19명의 완등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남성 산악인다. 오 대장이 완등에 성공함으로써 완등자의 수를 20으로 늘렸다. 그리고, 오 대장은 여성 산악인으로서 ‘최초’라는 기록을 세계 등반사에 남기게 된 것이다.

오 대장은 1997년 7월 가셰르브룸 Ⅱ(8,035m)를 무산소로 오르는데 성공한 후 13년만에 히말리야 8,000m 이상의 14개의 고봉(高峰)을 모두 오르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번 안나푸르나의 정상에 오름으로써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50m)와 두 번째로 높은 K2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산소로 올랐다고 한다.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

안나푸르나는 그 간 한국 원정대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기도 하다. 이 곳을 키 155cm, 몸무게 48kg의 ‘작은 거인’ 오은선 대장이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세계 최초의 여성 산악인’라는 성공신화를 남기게 되었다. 수백 번, 수천 번의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좌절하지 않고 이루어낸 값진 수확이다. 오 대장의 불굴의 열정이 세계 등반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오 대장은 지난 해 숨진 후배 산악인 고미영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등정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그녀와 약속을 지키게 되어 더욱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천상에서나마 얼마나 기뻐하였겠는가.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그런데, 이 날의 기온은 영하 30도에 초속 12m의 강풍이 몰아치기고 갑작스런 눈사태까지 겹쳤다고 한다. 더욱이 짙은 안개로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하니, 마음의 갈등이 오즉 했겠는가.“정상을 앞두고 2시간 전에는 너무 추워서 계속 가야 되나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발길을 돌렸던 2009년 10월 19일의 악몽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오 대장은 작년의 기억을 뒤로 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걸음 하나 하나에 혼을 실었다”고도 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번뇌했던 그녀는 마침내 정상에 섰다. 오후 6시 15분! ”정상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주인공이 탄생하였음을 세상에 알렸다.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도 그 기쁨을 우리에게 전달했다.

오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지켜본 네팔등산협회(NMA) 앙 체링 회장은 “오은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모두 오른 최초의 여성이다. 그의 성취가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 대장의 기쁨은 또 무엇에 견줄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 N. Tolstoi)는 “일한 뒤에 갖는 기쁨은 일이 고될수록 더 크다”고 말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성취한 히말라야 14좌의 완등이기에 오 대장의 기쁨은 더 컸으리라 믿는다.

  

히말라야 완등자 4명을 보유한 산악 강국

오은선 대장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함으로써 우리 나라는 히말라야 완등자 4명을 보유, 산악 최강국으로 우뚝섰다. 이제 14좌 완등 20명 중 우리 대한민국이 4명을 보유하는 나라가 됐다.

2000년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을 시작으로 그 이듬해에 박영석 대장, 2003년에 한왕용 대장, 그리고 이번에 오은선 대장이 그 장한 이름들이다. 1977년 고상돈 대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면서 1993년 박영석 대장의 아시아 첫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 1993년 여성 산악인 지현옥 ‧ 김순주 ‧ 최오순의 에베레스트 첫 등정, 2000년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으로 이어지면서 오 대장의 쾌거를 있게 하였다.

한국 산악인들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 14개의 고봉 중에서 안나푸르나와 가셰르브룸 Ⅰ ‧ Ⅱ만을 남겨두고 있는 김재수(48 ‧ 코오롱), 10좌를 등정한 김창호(41 ‧ 몽벨)는 14좌 완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김홍빈(46 ‧ 광주산악연맹)과 김미곤(38 ‧ 한국도로공사)도 우리나라 산악계의 큰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제2, 제3의 오은선으로 이어지면서 머지 않아 ‘히말라야 14좌 완등자’의 명단에 올려지기를 기대해본다.

 

권용우 명예교수
권용우 명예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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