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인플레를 넘어서
학점 인플레를 넘어서
  • 단대신문
  • 승인 2010.05.11 19:40
  • 호수 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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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인플레’라 불리는 현상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전국 190개 4년제 일반대학의 재학생 교과목별 성적평가 결과와 졸업생 졸업평점평균 결과를 분석해 보니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을 받았다는 통계가 일으킨 반향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생 대부분이 공부를 잘해서 학점을 잘 받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이 통계가 우리의 교육 및 사회 현실의 어두운 얼굴과 고민을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된 것이다.
취업 경쟁에 나서야 하는 학생은 높고 후한 학점을 찾아 헤매는 철새가 되어야 하고, 그런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대학은 대학 교육의 본질과 성적 평가의 참된 의미를 접어두고 취업률을 높이는 학점 제도의 운용에 골몰하게 된다. 그래서 학점 세탁소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기업과 사회에서는 그렇게 해서 찍혀 나온 학점이라 색안경을 쓰고 바라봐서 그 학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점 인플레 현상에는 쉽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우리의 맹목과 자기기만, 그리고 불신의 국면이 담겨 있다.

   학점 인플레는 무슨 일이든지 등급과 순서를 매겨 위의 등급과 앞의 순서를 취하고 그 나머지는 버리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서열주의가 빚어낸 현상의 하나이다. 윗 등급이 되고 앞 순서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현실에서는 수치화된 최종의 결과만 남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의 진정성이나 충실성은 간과되어 버린다. 더구나 그 최종의 결과조차도 의심받는 지경이 된다면 우리가 진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기댈 곳은 아무데도 없게 된다.

   대학생이 잘 배웠다는 것, 그리고 대학이 잘 가르쳤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은 결코 학점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사회에서 요청하고 있는 인재상도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지 학점 잘 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학점 인플레 현상이 공론화된 차제에 우리는 대학 교육의 충실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제도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오랫동안 학점이라는 고리에 매달려 학생과 대학, 기업이 함께 구속받아 온 것이 현실이므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가령 우리 대학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전공교육인증제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된다면 학점 인플레를 넘어설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점은 권력이 아니다. 서둘러 학점의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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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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