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학회비의 전용(轉用)
(33)학회비의 전용(轉用)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10.05.18 13:38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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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 사용, 반환의사 있더라도 횡령죄 성립

 


단웅은 00동아리회장이다. 그는 동아리 운영을 위하여 각 회원들이 납부한 연회비 3만원을 모아서 신입생환영회, 동아리MT와 같은 행사진행과 회원관리와 같은 동아리 활동비용을 지출하는 등 회비를 관리해왔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인 단비의 생일에 미처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하자, 단웅은 급한대로 동아리 회비의 통장에서 10만원을 인출하여 단비의 생일선물을 마련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2일뒤 단웅은 용돈을 받아서 10만원을 다시 동아리 회비의 통장에 입금하였다. 단웅의 행위에 대하여 법적인 문제점은 없을까? 나중에 반환할 의사로 공금을 일시적으로 개인적 용도에 사용한 행위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위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 자주 발견되는 행위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회비를 전용하는 사람이나 같은 동아리 회원들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비록 회비를 일부를 사용하였지만, 단웅은 나중에 반환할 의사가 있었고, 또 실제로 반환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동아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법은 다르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그 사람의 재물(물건이나 돈)을 잠시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이것을 다른 곳에 처분하거나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가 바로 횡령죄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맡겨놓은 MP3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거나, 실제로는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잃어버렸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되돌려 주지 않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거나(횡령),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유형 중의 하나이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보관하게 되는 이유는 ‘타인의 위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위탁은 계약일 수도 있고, 관습이나 법령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위 사례의 경우 동아리 회원들은 동아리 회칙에 따라 회비납부를 한 것이기에 계약 또는 관습에 따라 회비를 동아리운영을 위하여 동아리회장에게 위탁한 것이다. 즉 동아리 회비는 회장의 돈이 아니라 회원들의 돈을 임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횡령행위는 보관과 반환의 임무에 반하여 불법영득의사로 가로채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보관자가 소비, 착복, 은닉, 휴대하고 도주, 처분, 대여, 교환, 담보의 제공 등의 행위로 인하여 위탁자가 반환청구를 할 때 이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케 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이다. 위 사례의 경우 단웅은 회비를 여자친구의 생일선물을 구입하는 것에 소비한 것에 해당하며, 회원들이 반환을 청구할 때 되돌려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이 횡령행위자가 나중에 이것을 반환하거나 또는 변상하거나 충당할 의사를 갖고 소비처분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나라 판례는 나중에 반환하거나 갚을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처분, 소비하는 것은 횡령 당시에 보관하고 있는 돈을 마치 자신의 돈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웅은 나중에 일부 소비한 회비를 다시 입금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한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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