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대학생활 잠과의 전쟁
⑨ 대학생활 잠과의 전쟁
  •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뉴스부장
  • 승인 2010.05.19 14:04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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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유로움과 잠의 자유로움은 차원이 다르다
⑨ 대학생활 잠과의 전쟁

대학의 자유로움과 잠의 자유로움은 차원이 다르다

[문]안녕하세요,저는 올해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저에게는 고민이 하나있습니다. 바로 대학생활의 ‘자유’와 관련 된 것인데요, 저는 대학생활의 자유를 너무 만끽한 나머지 학교 출석이 정말 많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몇몇 학우들도 동감하리라 생각하고요. 특히 1교시가 있는 날엔 안 가는 날이많아요. 그런데 학교에 안가는 이유는 딱 하나, ‘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제가 정말 한심합니다. ‘내일은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잠이들면 그 다음날 일어나도 귀찮다며 다시 잠들기 다반사 입니다. 사실 친구들에게 대출을 부탁한 적도 많지만,대출이라는 것도 매일 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답]대학생활의 지나친 자유분방함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 말을 할 처지가 솔직히 못 된다. 전공과 궁합이 안 맞아 수업은 거의 듣지도 않았다. 간혹 수업을 듣는다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예술관련 과목만 골라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토록 싱싱해야 할 청춘이 그때는 그토록 괴로웠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겉멋이 들어 청춘을 훼손했었던 것 같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을 깨닫게 된 것은 오히려 마흔 줄을 넘긴 요즘이다. 고민을 토로한 주인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학시절을 보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수업을 빼먹은 결정적인 이유가 잠이 아니라 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밤새 술을 먹다보면 1교시 수업을 듣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간신히 수업에 들어간다 해도 숙취로 헤매기 일쑤였고 온 강의실에 풍겼던 술 냄새는 오히려 민폐였다. 그렇게 스스로 강의실을 거부하고 삶의 방식을 깨우쳤던 것 역시 술자리였다. 성패를 굳이 따져보자면 지름길을 놔두고 애써 돌아왔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수업을 빼먹은 결과는 대학졸업이 불가능한 쓰디쓴 현실로 닥쳤다. 운이 좋아 기자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직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더 큰 뜻이 있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해도 대학을 먼저 마쳐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개그맨 말투대로 ‘대학 그까이꺼 대충 다녀봤으면 됐지’라고 치부하기엔 제도화된 한국사회가 너무 힘겹다. 취업준비를 위해 이른바 ‘스펙’을 쌓고 해외연수가 필수고 공부만 하는 대학생활을 솔직히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20여년 전에 경험했던 날라리 대학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버리지 말아야 할 희망을 이야기한다면 자유분방한 대학생활이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전투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얄미운 팔방미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부류는 극소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못하는 분야도 세상엔 엄연히 존재하고 훨씬 폭이 넓다. 금전적 성공을 척도로 한다면 공부는 지름길에 이르게 하는 유용한 도구지 만능이 아니다. 어떤 미래를 꿈꾸느냐에 따라 대학은 간신히 졸업만 할 수 있어도 되는 곳일지 모른다. 대학이 사회가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다는 오랜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학이 직업학교는 아니지만 이 논리에 충실하자면 전공 역시 쓸모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어문계열과 언론계열을 전공한 많은 인턴, 수습기자들을 경험해 보면 대학의 전공이란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절감할 수 있다. 다만 대학시절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자유로움을 즐기고 싶다면 꼭 그래야 한다면 조금은 영리해져야 한다.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에서 무모한 모험을 가능한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나도 꼭 기업에 취직해야겠다는 것이 인생의 제일목표라면 성실한 대학생활이 최우선일 것이다. 한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잠 때문에 생활이 망가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잠은 죽으면 질리도록 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동안은 더구나 대학시절엔 오래도록 눈을 뜨고 공부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는 것이 좋다. 도움이 된다면 현재 상태에서 대학과 내 인생의 손익계산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대학시절 밤낮 없이 마신 술은 지금 매우 유용하다. 수많은 술자리에서 단련된 개똥철학과 인맥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학공부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열심히 해두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쉽다.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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