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도 우리의 이웃이다
다문화가정도 우리의 이웃이다
  • 권용우 명예교수
  • 승인 2010.05.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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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도 우리의 이웃이다

 권 용 우

<명예교수 ㆍ 법학>


결혼 이민자(移民者) 수가 16만명을 넘었다. 그리고, 이들의 국적(國籍)도 170여개국에 달한다. 이처럼 다문화가정(多文化家庭)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언어 ㆍ 생활습관 ㆍ 문화의 차이로 인하여 빚어지는 갈등이 한 가정에 그치지 않고 커다란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다민족 ㆍ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2020년에는 우리 나라 전체 가구의 20%가 다문화가정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 속에서 한국 아버지와 외국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와 다르다’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정상적인 학습과정을 거치지 못하여 학력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말미암아 아예 학교에 가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15.4%가 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있으며, 중학교 ㆍ 고등학교로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입학했다가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하니 그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가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돌보지 아니하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과 갈등’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의 이웃으로 껴안자

 

이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껴안아야 한다. 서울 보광초등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교육 시스템’은 본받을 만 하다. 한국어가 부족한 아동들을 모아 별도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각 나라의 의상(衣裳)을 입고 발표하는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통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진 연 교감의 말이 나에게 귀하게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꾸준한 교육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아이들이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해야 한다”.

전남 화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작년 5월 말 ‘엄마나라 말 경진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이지성(17 ㆍ 능주고 2) 양은 자라면서 꾸준히 일본 책과 TV 드라마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구에서도 같은 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장려상을 받은 박선화(7 ㆍ 충남 부여 양화초 1) 양은 집에서 태국어로 어머니와 대화한다. 또, 태국에 살고 있는 외할머니와도 태국어로 전화통화를 한다고 한다.

‘열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밝은 모습이다. 능주고 이지성 양은 “전에는 엄마가 일본인이라고 놀리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 친구들도 ‘일본말을 잘 해서 좋겠다’며 자기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STX그룹과 사회복지모금회가 공동지원으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의 다문화어린이 도서관 ‘모두’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보금자리이다. 이 도서관은 열람실 1개, 모임방 3개로 꾸며져 있으며, 네팔 ㆍ 몽골 ㆍ 러시아 ㆍ 이란 ㆍ 방글라데시 ㆍ 태국 ㆍ 인도네시아 ㆍ 일본 등 12개국의 책 1만여권이 비치돼 있다. 이 곳에서 어린이들이 어머니와 함께 책을 읽고, 그리고 다른 어린이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2009년에는 경남 창원에 2호점이, 금년 4월에는 부산 영도구에 3호점이 문을 열었다.

하나금융그룹이 펼치고 있는 이중언어(二重言語) 문화지원프로젝트인 ‘Kids of Asia'(아시아의 아이들)도 많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중언어 구사를 위한 체계적인 언어교육, 정체적 확립을 위한 다문화교육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가 기획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경기아이누리’ 캠페인도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경기도 놀이공원을 비롯해서 조선왕릉 ㆍ 유적 ㆍ전통사찰 ㆍ 박물관 ㆍ DMZ 등 다양한 교육관광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가야 한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눈길이다.

 

 

‘글로벌 인재’로 키우자

 

‘LG와 함께 하는 사랑의 다문화학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학교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한국의 ‘미래 인재’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두 개의 과정이 있는데, ‘이중언어 인재양성과정’과 ‘과학인재 양성과정’이 그것이다. 이중언어 인재양성과정은 한국외국어대학에, 과학인재 양성과정은 KAIST에 위탁되어 교육하고 있다. 이 중 이중언어 인재양성과정에서는 주로 한국 아버지와 외국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어머니의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머니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혀 한국어를 포함해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면 본인은 물론 국가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임에 틀림 없다. 중국어 ㆍ 베트남어 ㆍ 태국어 ㆍ 모로코어 ㆍ 인도네시아어 ㆍ 몽골어 ㆍ 러시아어 등 다양한 글로벌 언어를 습득케 하는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중언어 구사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어머니가 자기 모국의 언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모국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의 경험담이다. 김 원장은 “우리보다 다문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엄마와 아빠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하면서, “아이가 5세 이전일 때 두 언어와 문화에 적극적으로 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제 우리 나라도 한국 아버지와 외국 어머니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들 사이에 태어난 2세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의 문제가 대단히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 동안은 한국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엄마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한다(한양대 차윤경 교수). “이러한 경향이 최근에 와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차 교수의 분석이다. 오랫동안 다문화가정을 지원해온 웅진재단 신현웅 이사장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진흙 속의 보석 같은 존재”라며, “아이들에게 엄마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 이제 우리 모두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우리의 소중한 2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관심을 모아야 한다. 제3회 ‘세계인의 날’(Together Day)을 맞고 보내면서 이들에게 ‘희망의 동아줄’을 내려보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글로벌 인재로 키워가기로 마음을 가다듬자. 그리고, 이들이 우리 한국의 내일을 이끌어 갈 인재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권용우 명예교수
권용우 명예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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