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신속(申 )의 『신간구황촬요(新刊救荒撮要)』
⑩ 신속(申 )의 『신간구황촬요(新刊救荒撮要)』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0.05.25 18:58
  • 호수 12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에게 내린단 말인가”

 

  17세기는 재난의 시기였다. 조선 중기인 1620년에서 1720년 사이에 지구는 평균 기온이 낮아지면서 자연 재해가 이어졌던 소빙기였다. 유럽에서는 수확일이 늦어지고 강과 운하가 자주 얼었다. 중국의 강들은 추위로 인해 결빙 기간이 늘어갔다. 조선에서도 17세기부터 우박, 가뭄, 지진 등의 자연 재해가 자주 일어났다. 이러한 재난 속에서 농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17세기에 들어 조선은 자연 재해와 이에 따른 흉년으로 기근이 이어졌다. 특히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에 걸쳐 발생한 ‘경신 대기근’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대재앙이었다. 2년 동안의 기근으로 백성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어갔다. 윤경교의 상소에 의하면 ‘경신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르렀다. 현종은, “가엾은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에게 내린단 말인가”라고 하늘을 원망했다. 그러나 하늘만 한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쌀과 보리와 같은 먹을거리가 부족하게 되면 주식을 대체할 구황 식품으로 목숨을 이어가야 했다. 현종은 기근이 들자 솔잎으로 죽을 쑤어서 백성에게 나누어주도록 했다. 숙종 때에는 흉년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도토리만한 것이 없다고 하여 도토리 20말로 백성을 구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흉년이 들면 백성들은 나물로 양식을 대신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기근이 들면 사람들은 산과 들에서 식물의 꽃, 잎, 씨앗, 뿌리 등을 구해 먹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야생하는 구황식물의 종류는 851종인데, 이 중에서 평소에 식용하고 있는 것은 304종이라고 한다.

▲ 솔잎의 효능을 설명한 구황촬요 부분.

   명종은 영남과 호남에 흉년이 크게 들자 관리를 보내 구제하게 한 다음, 흉년의 구휼에 요긴한 것을 모아 『구황촬요』를 펴내게 했는데, 여기에는 구황식품으로 솔잎, 칡뿌리, 콩잎, 토란, 도토리, 쑥, 대추, 곶감 등을 열거하였다. 1660년에 서원현감 신속(1600~61)은 『구황촬요』에 자신이 엮은 『구황보유방』과 합하여 『신간구황촬요(新刊救荒撮要)』라 하였다. 이 책에는 솔잎, 메밀, 칡뿌리, 밤, 토란, 검은콩 등 구황식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솔잎은 내장을 편안하게 하고 배가 고프지 않게 할 뿐더러 위장을 튼튼하게 하므로 다른 곡식들보다 낫다고 한다. 그리고 송진은 성질이 따뜻하여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열을 없앤다고 하였다. 토란은 만성피로에 효과적인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식용하면 건강을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는데, 토란을 달여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고 하였다. 또한 “심히 굶주려서 금방 죽어가는 사람에게 너무 배불리 먹이거나 뜨거운 것을 먹이면 틀림없이 죽게 됨으로 우선 장국물을 물에 타서 마시게 하고, 그 다음에 죽을 차갑게 해서 마시게 하라”고 했다. 간장 같은 장류가 일상생활은 물론 비상용으로 매우 중요한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콩 1말을 무르게 삶아 밀 5되를 볶아 함께 섞어서 메주를 만든다”고 하였다. 아울러 “더덕과 도라지 뿌리를 건조해 찧어서 가루를 내고, 이것을 물에 담가둔 후, 분말 10두에 말장 1∼2두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적당 양의 소금물을 넣고 숙성하면 간장이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신간구황촬요』는 백성들이 산과 들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평소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게 함은 물론, 춘궁기나 흉년 때에는 누구나 쉽게 구해 먹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더구나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간행함으로써 모든 백성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우리 대학에는 1806년에 전이채와 박치유가 중간한 목판본과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김철웅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