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하는 운동선수, 갈 길은 멀다
공부도 하는 운동선수, 갈 길은 멀다
  • 이보연 기자
  • 승인 2010.05.27 23:31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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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선수’하면 운동밖에 할 줄 모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꽤 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이 공부할 때 공부 대신 운동을 해야 했다. 현재 이십대 초반에 있는 학생 선수들은 그들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열심히 운동을 하며 살아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젊은 운동 선수들이 남은 인생을 오로지 운동 한 가지만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일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목과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의 그리고 독서를 통해 지식적인 다양함을 쌓을 수 있다. 또한 고교시절보다 대폭 길어진 방학기간을 이용해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학생 선수들은 대학생으로서 받아야 할 폭넓은 경험 축적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 하고 있다. 과거에 그들은 기본적인 수업권마저 훈련과 시합으로 인해 누리지 못 했다. 이따금 듣는 강의는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수업 맥락에 대한 이해는 거의 불가능했다. 시험과 각종 리포트 또한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했다. 물론 걔중에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독서를 통해 교양을 쌓아가는 선수들도 있지만 고된 훈련 뒤 이러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방학 기간 또한 많은 시간을 강도 높은 훈련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방학은 휴식을 취하며 자기개발의 기회를 갖는 시간이 아니라 운동으로 가득 채운 나날이다. 이러한 운동부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규모 대회를 폐지하고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리그제로 전환한 대학농구리그에서 알 수 있듯이, 운동만 할 줄 아는 반쪽짜리 학생선수를 지양하는 풍토가 막 태동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우리 대학에서는 학생선수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강의시간을 오전으로 모아 오후에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결석을 해야 했던 학생 선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제도적 미비함과 수업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부족은 해결해야 될 과제로 남아있다. 학생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학교 측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례로 미국 대학의 선수 양성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농구에서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를 소개할 때 항상 이름과 학점을 함께 부른다. 심지어는 기준 학점에 못 미치면 그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이는 스포츠의 상업화와 승리를 위한 경쟁 구도에 오염되기 쉬운 대학 스포츠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대학스포츠를 경험한 선수들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정책 속에 학생선수들이 훈련을 수업의 한 과정으로 생각해 더욱 진지하게 임한다고 하니 살펴보고 배울만한 점이 많다. 그들은 운동만 아는 반쪽짜리 선수로 키우는 것이 아닌 대학생활이 그들의 인생에서 한 과정인 것을 은연중에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보연 기자 boyoun11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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