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청소년 미래지역 유라시아 위원회
⑥ 청소년 미래지역 유라시아 위원회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LH공사 도시재생사업
  • 승인 2010.05.27 23:35
  • 호수 1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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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아렌트 - 그녀의 젊은 시절, 시대를 전복케하는 발상을 준비하고 있는 그 시절.

 

▲ 스트릿웨어 브랜드 FUCT의 픽션광고 필름, 창발적인 광고 속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한 공감각은 지친 심신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 - 다섯 가지 안건 순간이란 심연에서 토픽을 부여잡으려면 공간적 토픽을 만나기 위해서는 낯선 곳으로 떠나보아야 한다 공부가 부족할 때 마음을 휘어잡는 토픽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뭔가 재미있는 것은 없을까. 많은 책의 저자들이 공간 그 ‘자체’를 언급하고 이야기할 때 나는 참 따분해진다. 오히려 공간을 사로잡고 있는 ‘공간적’ 특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흥미로워진다. 르페브르는 자본주의적 지배가 추동되고 공고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공간이 어떻게 개입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르페브르는 도시의 생산이란 개념으로 도시공간의 논리를 붙잡으려고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예술을 붙잡으려고 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내러티브의 폭을 조절하고 극적 구조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 이들이 천착하는 자신만의 화두는 동일하지만 작가들끼리의 화두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것은 삶의 경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각자의 출발점이 다른 까닭이다. 다르덴형제가 ‘로제타’(Rosetta)에서 주인공 소녀 로제타를 통해 20세기 말의 서유럽 복지제도가 가지고 있는 허구성과 개인적 의지의 표면에서 삶을 진행하는 그 의지를 자유분방하지만 억제된 동선 안에서 보여줄 때 우리는 숨막히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임대주택으로 쓰이는 캠핑카들이 격자로 배치되어 있는 공간과 공원 길목에 있는 물웅덩이는 그대로 척박한 삶의 공간을 이루는 삶의 배후이다.

이러한 찰나적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에 각인되는 정서적 잔상을 증폭시키는데 이를테면, 테렌스멜릭의 ‘천국의 나날’에서 보여주는 1910년대 텍사스의 대농장, 그 아름다운 광풍의 수확기에 찾아드는 메뚜기 떼. 그것이 암시하는 남녀 삼각관계의 파괴적 종말! 자끄리베트의 4인조(Gang Of Four)에서 연기 지도 선생 콩스탕스가 파리의 어느 골목을 돌아 마침내 연기반이 있는 연기무대 위로 불현 듯 외투를 벗고 걸어 올라가 연기를 시작하는 순간 현실과 허구적 공간과의 동시적 이중 공간을 경험하게 될 때! 14분짜리 흑백(B&W)으로 만들어진 영국의 벙어리 소년들의 랩(랩뮤직)에 대한 간절한 열정를 담은 ‘침묵의 래퍼’, 그 밀폐된 듯 하지만 골목골목 이어지는 슬럼가는 영국의 하위문화에 대한 기표이자 랩을 통해 세상과 맞서려는 뒷골목 장애인 청소년들의 마음이다. 심성의 사운드와 미장센이 결합하는 순간 우리는 그 마음과 대면하게 된다. 도시계획 법규와 같이 정보제공 서적에서는 이런 찰나적 순간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일까.

이를 테면 이런 질문들을 통해 그 순간에 접근해가는 것은 어떨까. 질문. 토지이용계획에 있어서 광역도시계획은 기초조사 후 공청회를 갖는데 왜 도시관리계획은 공청회 없이 바로 지방의회로 넘어가는 것일까. 그 의미의 핵심을 바로 짚으려면 개발사업의 자장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일까. 도시관리계획은 관리적 기제에 의해서 철저히 컨트롤 될 것이란 제도적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인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주택재개발사업과 주택재건축사업의 공동시행 시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왜 하필 과반수 이상의 동의란 산술적 경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또는 왜 하필 정확히 과반수에서 그 사업 추동의 근거를 찾는 것인가. 민간공간개발사업은 왜 과반수 지주조합의 권리 행사가 있어야 사업추진의 타당성이 성립되는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 경제, 정치, 이데올리기의 층위를 나누고 이들 영역의 토대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아니다.

구로자와 아끼라가 숨막히는 순간을 연출해내기 위해서 배우들의 숨을 실제로 참게 했듯이 공간적 토픽을 만나기 위해서는 낯선 도시로, 낯선 마을로 일단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글과 사막으로의 여행계획은 유효하다.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LH공사 도시재생사업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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