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친구의 리포트 내용을 몰래 복사한 후 제출한 경우
(34)친구의 리포트 내용을 몰래 복사한 후 제출한 경우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10.05.28 13:13
  • 호수 12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도용’ 절도죄는 아니지만 법적제재 가능

단비는 형법의 최교수님이 제출하라는 보고서 때문에 걱정이다. 하루정도 열심히 쓰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보고서작성을 시작하였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고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출기한이 내일로 다가오자 걱정이 된 단비는 도움을 받기 위하여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과친구인 연아의 집에 갔다. 연아는 직전 학기에 All A+를 받은 우등생이다. 마침 연아는 친구 단비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때 단비는 연아의 컴퓨터에 내일 제출해야되는 보고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A4용지에 출력한 후 집으로 돌아와 표지를 입힌 후 다음날 사실상 연아의 보고서를 마치 자신의 것인처럼 최교수님에게 제출하였다. 단비는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질수 있는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절도죄는 역사상 오래된 범죄유형 중 하나이며, 자주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절도죄뿐만 아니라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등을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재산범죄)로 분류하여 처벌하고 있다. 이중에서 절도죄는 다른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범죄이다.

 
절도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물건)을 절취하는 범죄이다. 재물은 대부분 형태를 지니고 시각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유체물(有體物)을 말한다. 하지만 형법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동력’도 재물로 보고 있다.


유체물이란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고체·액체·기체도 포함되기에 물·가스·증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은 사람에 의한 물리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기·수력·에너지·인공냉기·인공난기·인공압력·자기력 등은 물리적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훔친 경우 절도죄로 처벌되지만, 전파나 팩스의 송수신, 무선인터넷과 같은 경우는 물리적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물이 될 수 없다. 해·달·별과 같은 경우에는 유체물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의 재물이 아니기 형법상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아의 보고서와 같은 “정보”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생각등의 정보는 유체물도 아니며 관리할 수 있는 동력도 아니기 때문에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정보절도’는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단비는 연아의 보고서를 출력하는 과정에서 A4용지를 사용하였는데, A4용지는 연아의 재물에 해당하므로 연아의 보고서를 훔친 것으로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A4용지를 훔친 것으로는 처벌이 가능하다. 물론 자신이 가지고 간 용지로 복사를 했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주의할 점은 형법적으로만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다른 법률에 따르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정보’를 무단히 도용하여  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하나 더 생각해볼 점은 타인의 보고서를 마치 자신의 것인처럼 만들어 교수님에게 제출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타인의 보고서를 단순히 참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는 더 이상 윤리적 문제만은 아니다. 이 내용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