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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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06.01 13:03
  • 호수 1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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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침몰의 원인을 놓고 얘기가 오고 갔다. 평소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한 선배는 좌초가 원인이며 북한 어뢰설은 조중동이 전부 조작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암초로 인해 함체 밑바닥이 손상되었지만 조사단이 이를 숨기고 있으며 민간 조사단은 이미 좌초로 인한 침몰을 확정 지었는데 정부가 이를 감추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배 밑바닥의 소나(sonar·음향탐지기)가 멀쩡하므로 그러한 주장은 억지라는 기자의 말에 그런 게 있었으면 처음부터 어뢰에 맞았을 리가 없다며 귀를 닫아버렸다. 가벼운 자리에서 언성이 너무 높아지자 한 친구가 “이건 전부 크라겐(대왕문어)의 소행이다”라는 농담으로 마무리했지만 객관적인 정보보다 음모설, 조작설을 더 신뢰하는 모습에 뒷맛이 씁쓸한 술자리였다.

◇여전히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믿지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천안함 사태에 관심을 갖고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동참할 의지를 밝혀오고 있다. 대북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은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위협해오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긴장국면이 곧 풀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단호한 조치에 큰 폭으로 내려앉을 거라던 각종 경제수치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현 정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해결했다. 국운이 있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번 사태의 해결과정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믿지 못 하겠다는 20%가 넘는 여론을 적으로 간주하고 몰아가기 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대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군인들일 것이다. 기자는 인천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한 번은 모든 장병의 휴가가 제한되고, 출타 중인 장병들도 복귀시키라는 조치가 내려진 적이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며칠을 단독군장 차림으로 새우잠을 자며 지새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그 이유는 서해에서 북한 잠수정 한 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잠수정이 열 척씩 사라지는 최근 북한의 동향과 전쟁에 대한 불안감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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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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