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강원도 여행
웅성웅성-강원도 여행
  • 정태혁
  • 승인 2003.08.28 00:20
  • 호수 10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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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마냥 길게만 느껴지던 여름방학도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벌써 개강이 되었다. 초등학생시절부터 매번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이번 방학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알차게 보내야지 하며 계획들도 거창하게 세워보지만 스물을 넘긴 지금에도 결국은 작심삼일로만 끝이 나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이번 방학 때는 며칠간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강원도로 떠나기 위해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작 아무런 계획은 없었다. 무작정 춘천가는 통일호 기차표를 한 장 끊어서 기차에 올랐다. 이렇게 떠나보는 것도 다 젊은 날의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여유로워 졌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기차 안은 나 또래의 젊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붐볐다. 마침 내 바로 맞은편 자리에는 한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처음에 무심코 노부부가 여행을 가는구나 하고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하고 천천히 플랫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앞자리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차창 밖 풍경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정녕 할아버지의 눈이 되어주고 싶어서인지 무척이나 자세히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순간 차창 밖 아름다운 풍경만 고정되어 있던 내 시선은 한동안 그 노부부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 날, 춘천까지 가는 동안 수많은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수많은 풍경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차 안에서 본 그 노부부의 풍경만큼은 내 뇌리 속에서 흐릿하게나마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기 때문은 아닐련지.
정태혁
정태혁

 <예술학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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