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성 없는 PR문화
진실성 없는 PR문화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09.07 17:29
  • 호수 1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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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함은 잊더라도 부끄러움은 알자

◇곤파스의 위력도 잠시, 다시 시작된 무더위가 보통이 아니다. 권소심 양은 더위에 지친 후배들을 위해 몇 명이서 돈을 모아 음료수를 샀다. 계산을 하는데 강얌체 군은 지갑을 두고 왔다며 오늘도 슬쩍 빠진다. 음료수가 든 봉투를 드는 것도 도와주지 않던 강 군은 문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봉투를 가로챈다. 후배들에게 음료수가 든 봉투를 내보이며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얘들아 음료수 먹자!”라고 말한다. 이 사람 정말 보면 볼수록 밉상이다.

 
◇우리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강 군과 같은 사람을 PR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그의 위선적 행동은 친한 친구들에게는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데서 마이너스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좋은 선배, 쿨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반대로 생색내기와 거리가 먼 권 양과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쉽사리 이런 이미지를 만들지 못 할 것이다. 인품에 있어서는 상종 못할 사람임에도 나중에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타고난 PR 능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더 이상 통용되기 힘든 말이 되었다. 뒤에서 묵묵히 남을 돕는 사람, 많은 일을 해내고도 겸손하게 숨기는 사람은 성공의 반열에 오르기 힘들다. 이런 사람들은 약삭 빠른 사람들에게 공로를 뺏기기 일쑤다. 이제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미련’이 되었다. 자기 과시적인 사회 풍토를 반영이라도 하듯 현대의 PR은 자신의 모습과 장점을 효과적으로 나타냄을 넘어서 과장하고 부풀리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과정이나 진실성 여부 보다는 내 목표만 이루면 그만이라는 식의 PR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변질된 PR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봉사를 뽑을 수 있다. 수천시간을 봉사했다고 과시하고 다니는 사람, 봉사단체 홍보대사를 맡았음에도 1등급 비행기 좌석을 요구하고 거액의 돈을 지급받는 연예인들까지. 내용 보다는 과장하고 부풀리는데 열심이니 봉사를 할 때도 사진 각도에 더 신경을 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사진사의 절묘한 솜씨와 훌륭한 편집 기술 등을 통해 큰 감동을 주고 미사여구를 동원해 치장한 글을 대단한 업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봉사는 취업을 위한 필수적인 스펙 중 하나가 되었다. 더 화려한 이력을 위해 지역도 국내보다는 해외봉사를 선호한다. 가장 중요한 진실됨은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성공을 위해 소심함과 수줍음을 버리는 것은 좋지만 정직과 부끄러움까지 실종되지 않기를 바란다.


                                                                                                                                                               <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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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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