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경기락페스티벌 - 도심 속의 락 음악 피크닉으로 거듭나길
<축제> 경기락페스티벌 - 도심 속의 락 음악 피크닉으로 거듭나길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0.09.14 19:23
  • 호수 1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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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8

“백화점에서 락 페스티벌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자는 잘못하면 콧물이 나올 만큼 세게 콧방귀를 뀌었었다. ‘락 페스티벌.’ 이 단어는 살아서 피가 흐르는 붉은 단어다. 이 다섯 글자에서는 벌떡벌떡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고, 젊음·열정·일탈·광기가 타는 냄새가 난다. ‘한바탕 진흙탕’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걸’ 백화점에서 하겠다고?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페스티벌이라는 말을 아무데서나 쓰는 요즘이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을 뿐이었다.

라인업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참가팀 대부분이 대형 락 페스티벌무대를 빛낸 실력 있는 팀들인 것은 그렇다 쳐도, 아침·치즈스테레오 등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밴드까지 섭외한 것이었다. 이는 이 페스티벌이 그저 락밴드를 앞세운 홍보용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진짜 락 페스티벌이라기보다는 프로모션에 가깝고 섭외도 전문기획사를 통했겠지만, 여타 홍보행사 같았다면 명함판 한 장 없는 신인(아닌 신인) 밴드들까지 섭외할 필요가 없으니까. 궁금해서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머… 먼지와 같은 저희들을 불러주신 신세계백화점 감사합니다.” 아침 특유의 얼빵한 입담은 여기서도 먹혔다. 올해 펜타포트의 서브스테이지를 열었던 아침이 이날도 오프닝무대에 섰다. 백화점 10층에 위치한 문화홀은 홍대 클럽 같았다. 티켓으로 맥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것도 똑같았다. 아니 클럽보다 훨씬 좋았다. 조명의 밝기도 적당했고 몇몇 홍대 클럽의 고질병인 베이스드럼이 튀는 소리도 없었다. 무대가 좀 낮다는 점만 빼면 다 좋았다. 소리는 바닥에서 흘러나오고 벽에서부터 퍼졌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 남상아도 “합주실에서 잼(즉흥연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을 만큼 세팅이 좋았다.

여기까진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운영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우선, 사회자를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물론 부산국제락페스티벌의 경우처럼 사회자 있는 락 페스티벌도 있긴 있지만, 대다수 락 팬들에게 사회자는 ‘어색하고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락 공연이 생소한 관객을 고려한 처사일 수 있겠으나, 역으로 그들에게 날것의 락 공연과 인사시키는 편이 오히려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둘째로 공연 시간이 너무 짧았다. 기껏 비싼 밴드들을 불러놓고 한 팀당 30분 남짓의 시간만 허락한다는 것은 팬들에게나 밴드에게나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헤드라이너 개념마저 없었다. 굳이 헤드를 정하는 이유는 팬들의 기대치에 가속을 붙여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시키고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락 공연에서까지 ‘공정사회’일 필요는 없다.

공연 관계자는 “이번 반응을 보고 후속공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마이너’임을 명예로 삼는 락 팬들은 클럽·블로그 등을 통해 똘똘 뭉친다. 공연이 좋으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진다. 몇 가지 구조적인 부분을 그들 식에 맞춰 입소문이 나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프로모션이 되지 않을까.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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