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09.21 00:10
  • 호수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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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수원 화성은 조선 22대 왕 정조가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는 마음으로 쌓은 성이다. 당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화성은 화창한 날일수록 정교하게 쌓인 성곽이 부드럽게 도시를 감싸며 빛을 발한다. 화성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시대 이름을 날렸던 수원의 옛 명성을 실감할 수 있다. 근대사상의 영향으로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수원은 상업활동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도시 방어를 위해 화성과 같은 걸작도 탄생시켰다.


◇지난 주말, 시장 당선 후 민심파악을 위해 수원 시민들을 방문하던 염태영 시장은 지인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세금이 너무 많아 장사를 해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불평에 염 시장은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형님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초·중·고등학교를 수원에서 졸업한 염 시장은 벌써 4번째 수원 시장 직을 맡고 있지만 그에겐 여전히 막중한 부담감이 따르는 자리다.

 

◇수원은 알부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재정자립도 역시 상당히 높아 살기 좋은 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경기도 지자체로 편입된 후 수원은 낙후의 길을 걷고 있다. 재정확대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다 부채는 3,000억원을 넘어서 경기 자치단체 중 부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경기도가 수원시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주로 분당, 중동, 수지 등의 신도시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이러한 구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 현상은 비단 수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인천과 대전에서도 역시 신도시 위주의 투자로 구도심은 점차 피폐해져가고 있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와 흡사한 현상이 대학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취업률, 입학률이 대학평가와 구조조정의 주요 잣대가 됨에 따라 전통과 명맥을 이어왔던 순수학문 계열은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반면 취업 맞춤형의 신설학과들은 입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각 대학의 대표 학과로 떠오르고 있다. 명문 사학으로 이름을 날렸던 우리 대학 역시 신설학과인 국제학부와 모바일커뮤니케이션공학과가 대표학과로 위치하는 날이 그리 오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추세가 대한민국 교육의 현 주소이므로 대학의 붕괴, 교육의 붕괴를 외치며 안타까워하기엔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라는 ‘부벽루’의 구절처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오직 자연밖에 없으니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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