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들의 국방의 ‘의무’
대한민국 남자들의 국방의 ‘의무’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0.09.29 03:53
  • 호수 1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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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되는데… 글쎄

■ 대한민국 남자들의 국방의 ‘의무’

가야 되는데… 글쎄
 “그래도 안갈 수 있으면 안가는 게 좋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한나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해 평균 2만7천485명이 5급(제2국민역)과 6급(병역면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급 병역면제자 중 고령 면제자가 4만2천584명(36%)으로 가장 많았고 질병 면제자는 2만7천618명(23%), 장기대기 면제자 1만352명(9%) 순이었다. 이중 고령 면제자의 85%가 국외 거주로 인한 연령 초과자인 것으로 드러나 국외 체류가 병역면탈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20일 국회 국방위 소속 김영우(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다른 자료에 의하면 면제 질병 사유 1위는 십자인대 등 무릎관절 손상에 해당하는 불안정성 대관절(2,753명), 2위는 경계선 지능 및 정신지체(2,744명), 심장질환 수술(2,240명), 사구체신염(1,828명), 경련성질환(1,633명) 등의 순이었다. 김 의원은 “불안정성 대관절은 진단서만 제출하면 손쉽게 병역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어 면제 처분 이후에도 진료기록을 추적하는 등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년 정치·연예계를 비롯한 곳곳에서 적발되는 병역면제 ‘꼼수’는 그 수단도 가지가지다. 최근에는 가수 MC몽이 멀쩡한 생니 4개를 뽑아 5급 판정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고, 지난 5월에는 정신질환자 행세로 병역을 면제받은 유명 비보이 댄스그룹 멤버 9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소변에 단백질 성분의 약물을 섞어 소변검사를 위조하던 수법이 유행이었다. 그런가하면 온몸에 문신을 하거나 일부에선 본태성고혈압으로 꾸미기 위해 항문에 힘을 주어 혈압을 높이는 원시적인 방법까지 횡행했다.

매년 경찰에 검거되는 이들 병역비리자 중 상당수가 대학생이다. 대학생들에게 배움과 낭만 가득한 캠퍼스를 뒤로 한 채 향하는 군대는 달가울 수가 없다. 연세대 영자신문 ‘연세애널스(Yonsei Annals)’가 2003년 재학생 508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대학생 10명 중 8명(79.4%)이 ‘의무가 아닌 모병제라면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겠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군대에 대한 주된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곳(20.2%)’ 등의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고된 훈련과 얼차려를 받는 곳(29.5%)’, ‘사회와 격리된 곳(20%)’ 등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군 복무를 마친 학생들은 대부분 “정신적 성장에는 도움이 됐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안갈 수 있으면 안가는 게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승빈(언론홍보·4) 군은 “고된 훈련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신체·정신적 건강에는 도움이 됐다”며 “그렇지만 여자 동기들이 먼저 취업해서 자리 잡는 걸 보면 시간을 박탈당한 것 같아 억울하다”고 군복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또 이상진(컴퓨터공학·3) 군은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것은 도움이 됐지만 그래도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김태우(도시계획·4) 군은 “복무 중 다쳤을 때 가는 군병원은 진료진 대부분이 전문의가 아니었고 진료기술도 부족했다”며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부터 개선되지 않는 한 대학생의 군대 기피는 여전할 것”이라고 병영생활 환경을 아쉬워했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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