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lo Z. Sheffield의 『만국통감(萬國通鑑)』
Devello Z. Sheffield의 『만국통감(萬國通鑑)』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0.11.02 17:57
  • 호수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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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성들에게 극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묶어 G2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걸 보면 어쩌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백 년전만 하더라도 중국 대륙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조선 역시 서양 세력, 특히나 일본이 침략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조선은 쇄국정책을 접고 외국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이제 조선 사람들은 서양에 대해 알아야 했고, 또 알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세계의 상황을 알려주는 여러 책들이 중국과 일본을 통해 조선에 소개되었다. 특히 중국의 외국 선교사들은 선교를 위해 저술과 출판에 적극적이었는데, 이들 선교사에 의해 1887년에서 1900년까지 중국에서 출판된 서양책은 176종에 달하였다. 그 중에서 서양 역사를 알려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만국통감』이었다. 

   1869년에 중국에 온 미국 선교사 쉐필드(Devello Z. Sheffield, 1841~1913)는 미션스쿨의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Outlines of General Histoy』를 저술했다. 이 책을 청(淸)의 조여광(趙如光)이 중국어로 번역하여 1882년에 상하이에서 간행한 것이 바로 『만국통감』이다. 『만국통감』은 4권의 본문과 부록인 지도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아시아 부분으로 모두 4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몽골·일본을 차례로 서술하였다. 2권부터 4권까지는 서양을 다루었다. 2권은 서양 고대 부분으로 1장 유태(이스라엘)부터 8장 로마 제국까지, 3권은 중세 유럽편으로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로마 제국 멸망 이후의 유럽 국가에 대해, 4권은 근대 이후에 크게 성장한 스페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포함한 유럽의 역사,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의 역사를 다루었다. 4권의 마지막인 31장에는 서양 과학 기술의 발전 상황을, 그리고 이어서 그리스도교의 성행과 전파에 대해 서술하였다. 부록으로 세계 지도를 포함해 13편의 지도가 있다.

   2권 1장의 유태 부분, 그리고 마지막 장의 그리스도교 부분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이 책은 서양, 특히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더 잘 들어나 있는 부분이 바로 서문이다. 여기에서는 구약성서에 의거하여 인간의 창조부터 시작하여 서양 고대의 역사를 약술하였다. 즉 ‘진주(眞主)’께서 천지를 창조한 이후 1남 1녀를 만드셨다고 한다. 조여광은 이들을 아당(亞當)과 하왜(夏娃)로 번역하였다. 한편 내용에 있어서도 그리스도교와 비교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요(堯)의 시기를 야소(예수) 선(先) 2257년으로, 시황제는 여소 선 249년이었다고 연대를 비교하였다. 이처럼 『만국통감』은 무엇보다도 서양 중심의 세계사, 특히 그리스도교의 전파와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아시아를 다룬 부분에서는 중국, 인도, 몽골, 일본만을 다루고 조선은 아예 제외되어 있다. 이때까지도 서양인들에게 조선은 미지의 세계이자 무관심한 나라였다. 아시아 중에서 일본을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사실도 중요한 특징이다. 일본은 불교와 천주교가 성행하고 있는데 천주교가 처음 전래된 것은 1549년이며, 1870년부터 서양에 대한 학습 교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0년 만에 문물이 매우 발달했다고 서술하였다. 그리고 일본은 ‘고려’(조선)의 동쪽에 있으며, 가운데에 일본해가 있다고 하였다. 요즘 한일 간에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선교사에 의해 조선에도 널리 알려졌다.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성경』을 가르치는 한편,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쳤다. 1897년에 미국 선교사 베어드(Baird, W. M.)는 평양에 숭실학교를 설립했는데, 이 학교에서는 『성경』과 함께 『만국통감』이 정규 과목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아가 그의 부인은 이 책을 번역 출간했다. 서문에 따르면, “베어드씨가 조선 백성들에게 극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될 줄을 알고, 번역을 시작하여 그 아내인 애니 베어드 씨가 번역을 마쳤다”고 한다. 우리 대학에는 조여광이 번역한 『만국통감』이 소장되어 있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김철웅 연구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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