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학문(勸學文)
권학문(勸學文)
  • 단대신문
  • 승인 2010.11.05 14:49
  • 호수 12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 11월의 첫날이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짙어가는 단풍들과 함께 학생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은 학기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 한 순간의 세월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아직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을 알린다.) 



   중국 송나라때 주자학(朱子學)을 집대성한 주자의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의 권학문(勸學文)의 첫구절이다. 1학년 신입생들에게 매번 신입생환영회에서 이 구절의 의미를 이야기해준다. 아마도 신입생 여러분이 4년 후 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너무나 학창시절이 빨리 지나갔다고 아쉬워질 것이고, 입학할 때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졸업할 때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테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생활하기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지식과 기술의 전달장소가 아니라 그야말로 큰학문(大學)을 탐구하는 지성의 전당이어야 한다. 적어도 한국의 대다수 대학구성원들은 여전히 그렇게 믿거나, 믿고 싶어한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입사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국가의 장래나 민족의 미래 같은 것 보다는 전문기술과 지식을 다시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졸업자를 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이 처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바로 이러한 대학의 올바른 역할과 방향제시적 기능과 사회의 요구가 불일치하는 데서 기인한다.

   대학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들에게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사는 전문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가르치고, 기업들이 이러한 인재를 영어단어 몇 개 더 암기한 학생보다 우대하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요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상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무한 경쟁사회에서 외형적인 경쟁력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에 대한 봉사정신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취업·졸업시즌이다. 모쪼록 우리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면서 4년 동안의 대학생활에서 소중한 추억과 객관적인 실력 그리고 향후 자신이 평생 즐거운 마음으로 전념하면서 재정적·인격적 토대가 될 좋은 일터도 함께 발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단대신문
단대신문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