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0.11.09 19:54
  • 호수 12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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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희열 ‘창작’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희열 ‘창작’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맘껏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현대인들은 먹고 살기에 급급해 당장 앞에 놓인 일을 끝내기에도 하루하루가 정신 없다. 이러한 일상과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에서 진짜 자유를 만끽해보았다.  <편집자 주>

▲ 작가들과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프리마켓 전경.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희열을 고르자면 기자는 ‘창작의 기쁨’을 선택하겠다. 한 편의 글을 완성 지었을 때의 뿌듯함, 자수를 다 놓았을 때의 즐거움 같은 감정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만큼 보람되고 가슴 벅찬 순간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의 바탕에는 분명 무수히 흘린 땀과 노력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작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곳. 바로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있다.


홍대 앞 놀이터(홍익어린이공원)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은 2002년 월드컵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시작해 횟수로 아홉번째 열리고 있는 자생예술시장이다. 누구든지 자기 느낌과 개성이 담긴 창작품을 가지고 프리마켓에 참여해 작가로 활동할 수 있으며, 작가들은 스스로의 창작품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또는 판매한다. 기자는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과소비를 해버렸는데, 프리마켓에서는 지갑 단속을 잘 해야 할 듯싶다.


프리마켓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작업실과 전시 공간 등 일반적인 활동공간에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기 작품을 가지고 나와 시민들이나 다른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 찾아온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박성애 작가.

“어머~이거 너무 예뻐요. 얼마예요?” “세상에, 이 고양이는 어떻게 만든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에는 양모 펠트 공예품이 있었다. 이를 만든 박성애(45) 작가는 일산에서 공방 카페를 운영하며 올해로 3년째 프리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박 작가는  “시민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좋아해주실 때 참 기쁘지만 간혹 아쉬울 때가 있다”며 “수공예품이고, 다량 생산도 안 되는 작품들인데 너무 비싸다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는 서운하다”고 말했다. 작품의 판매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처음 프리마켓을 찾았다는 박 작가는 “프리마켓에 오면 다른 분야의 여러 작가들도 만나 관련 정보도 교환하고 시민들의 반응도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좋다”며 프리마켓에서 소통의 공간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캘리그라피(손글씨)를 하는 허수영(27)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싶어 프리마켓을 찾았다고 했다. 허 작가는 “좋든 안 좋든 시민들의 다양한 평가 한마디 한마디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프리마켓에서 시민들로부터 에너지를 잔뜩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프리마켓 작가들은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의 과정을 걷고 있다.

▲ 나무에 목을 매단 김해옥 작가의 자살토끼 인형들.

또한 작가들은 창작품을 단순히 전시와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도 생각나게끔 시민들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는 계기와 여지를 마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김해옥(28) 작가의 ‘자살토끼’ 인형이 그와 같다. 자살토끼 인형은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대 사회에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김 작가는 “‘자살’을 반대로 말하면 ‘살자’가 된다”며 “나무에 달린 자살토끼의 끈을 손님들이 끊어가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죽을 용기로 같이 살아나가자’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들의 창작품은 그들의 메시지와 함께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일상과 예술의 벽, 시민과 작가의 벽을 허물며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프리마켓에는 120팀의 생활창작아티스트들의 상상과 열정을 담은 작품들이 펼쳐지고, 우리들은 프리마켓에서 작가 저마다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만화가로 일하고 있는 가시눈(닉네임, 26) 작가는 작품 속에 만화 속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디언 풍습의 ‘걱정 인형’도 소심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생각하며 걱정 인형에게 걱정을 털어놓는 스토리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또한 프리마켓에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생활창작아티스트와 함께 작품을 만들며 창작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생활창작워크샵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자가 찾은 날에는 더욱 뜻 깊은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일하는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dren)’에서 주최한 ‘신생아 살리기-모자 뜨기 캠페인’ 행사였다. 미리 만들어 놓은 실로 뜬 모자 브로치를 판매하거나 또는 직접 떠서 만들어 얻은 수익금으로 네팔, 에티오피아, 말리 등의 신생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기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리마켓에서는 이와 같은 워크샵을 통해 창작을 경험하지 못 하더라도 창작의 과정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프리마켓에 나와서도 작업을 계속 하며 작품을 전시했다. 프리마켓을 찾은 시민들은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까지 챙길 수 있다.


한편 프리마켓에는 창작품들과 더불어 음악, 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공연 무대도 꾸려졌다. ‘afternoon stage’라는 무대로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어떤 무대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창작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곳이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아멜리레코드’라는 가수의 달달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afternoon stage’에서 공연하는 ‘아멜리레코드’.

또 프리마켓에서 유명세를 탄 ‘10초 완성 10원 초상화’는 이미 인기 코너로 자리를 잡았다. 10원 이상의 금액을 내면 10초 안에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통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초상화를 받아든 한 시민 고세라(26) 씨는 “재미는 있는데, 이 초상화의 얼굴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며 즐거워했다.


‘10초 완성 10원 초상화’를 그리는 장재민(26) 작가가 말했다. “이 그림은 단지 10원에 불과합니다. 10초 만에 그려진 성의 없는 그림입니다. … 하여간에 사람들은 웃습니다.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비싸고,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한 것?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우문현답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고 곧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프리마켓에서의 즐거운 하루가 곧 이름 그대로 마음속에 자유를 사들고 온 건지도 모르겠다.

권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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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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