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 세계 燈 축제’
‘2010 서울 세계 燈 축제’
  • 백슬기 기자
  • 승인 2010.11.17 16:08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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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 휘황찬란한 등불들

‘2010 서울 세계 燈 축제’
수면 위, 휘황찬란한 등불들


그 순간, 생각이라는 것은 달아나버리고, 오로지 감각만이 주위를 에워쌌다. 우리는 등불과 하나가 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등불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은 어둠 속 등불이 우리네 작지만 소중한 소망들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의 휴식에 웃음꽃이 핀 사람들을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찍어 봤다.  <편집자 주>

▲한국 고유의 것을 볼 수 있는 장통교.

지난 13일 ‘2010 서울 세계 등 축제’를 보기 위해 청계천으로 갔다. 인파에 떠밀려 청계천 앞 횡단보도까지 왔다. 횡단보도에서부터 보이는 저 반짝임에 마음이 설레 왔다. 등불은 우리의 시간이 아닌가. 빛을 따라 걷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올해로 2회째 개최되는 ‘2010 서울 세계 등 축제’는 ‘서울 희망 빛의 숲’이란 주제로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세계 각국의 대표 등 초청 및 전시를 통해 세계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서울의 관광 도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청계천으로 들어섰다. 등(燈)은 안보이고 사람들의 등만 보였다. 이대로 등불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꼭 등불을 보고 말테야! 2시간을 기다려 결국 등불을 볼 수 있었다. 수 많은 인파 속에서 등불을 본 순간, 생각이라는 것은 달아나버리고, 오로지 감각만이 주위를 에워쌌다. 시간과 사람은 등불 속에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등 축제는 청계천의 5개 다리를 중심으로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모전교에서는 축제를 시작하는 ‘서울의 빛’, 희망의 문을 따라 G20 성공기원 등이 불처럼 타는 듯 했고, 광통교에서는 ‘지구촌의 빛’, 필리핀, 일본, 대만, 중국, 뉴질랜드의 등과 세계문화유산 등이 청계천을 장식했다. 광교에서는 지자체와 기업의 등 ‘한국의 빛’, 장통교에서는 한국고유의 것 ‘추억의 빛’, 삼일교에서는 번쩍번쩍 LED ‘미래의 빛’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희망의 문을 지나 G20 정상회의 성공기원 등을 보며 ‘지구촌의 빛’을 보러 갔다. 호롱불만 보다가 세계의 등을 본다니 무척이나 설레었다. 사람들의 등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힘겹게 까치발을 유지하며 처음 본 게 일본 등이었다. 처음이라서인지 몰라도 아직까지도 그 휘황찬란하고 웅장하며 매서운 일본식 등불은 머리에 박혀서 나오질 못하고 있다. 일본의 등은 소박하고, 어딘지 모르게 수채화와 파스텔 톤의 느낌을 풍기는 우리나라의 등과 달랐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느낌이랄까. 문화와 역사에 따라 확연히 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세계문화유산 등을 거쳐 추억을 되새김질해보는 다리로 걸었다. 전통, 고유, 한복, 한지… 우리나라의 등은 볼 때 마다 애잔해지며 괜스레 감성이 풍부해지게 만든다. 그것은 아마도 등불을 보며 손이 닳도록 간절히 소원을 빌던 아련한 마음이 저 작은 꽃망울 속에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됐다.
까치발로 걸어 다니기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배가 고팠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다 점심에 먹었던 것을 되새김질 할 것 같았다. 다리를 벗어나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지구촌의 빛을 밝히는 축제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 순간 수레에 올려져 있는 엿이 보였다. 저 엿이야말로 우리의 것이 아닌가. 우리 옛날의 추억, 엿을 씹으며 번쩍번쩍 LED, 미래를 보러갔다.
삼일교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솜씨를 볼 수 있었다. LED로 등을 만들어 수면 위로 반사되는 물의 효과를 빌어 만든 작품부터 LED 매트릭스를 구부려 사슴을 만든 모습은 정말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보지 못했으면 상상하지 않는 게 좋다. 상상 그 이상일 테니.
슬슬 눈이 부셔 피로해지는 순간 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북 소리가 들려왔다. 이 축제에는 부대프로그램으로 시민참여 악기등 재미타 퍼포먼스, 문화관광해설사, 문화유산공연, 거리아티스트 공연이 있다. 또 체험프로그램으로 유등 띄우기, 소망등 만들기, 소망리본달기가 있다. 기자가 본 것은 재미타 퍼포먼스. 북을 치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낯선 언어가 들려왔다. 이 축제에는 G20 정상회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국인이 상당히 많았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Excuse me.”
현재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Zach(27) 씨는 “돌담길 위에서 열린 한국 전통 북 공연이 흥미로웠으며, 한국 전통 등불이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 옆에서 만난 Mickayla(24) 씨 역시“한국인 친구를 따라 갑작스럽게 등 축제에 방문했다. 한국 등불 중에서는 호랑이 등불이 가장 인상 깊다”며 축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천천히 등불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먼발치에서 등불 사진을 찍는데 열중하고 있는 김동연(33)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공식 블로그에서 축제 정보를 확인한 후 방문 한 김 씨는 말투에서부터 축제에 실망한 기운이 역력히 드러났다. “안전요원도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축제 진행 방식에 불만족 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무엇보다 세계 등 축제라는 타이틀 아래에 진행하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자의 마음 한켠에도 북적한 거리는 사람에 비해서 즐길거리가 적은 축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등불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의 등이 애틋한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소원을 이뤄줄 것 같아서가 아닐까. 등불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던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백슬기 기자 baeks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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