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고 찜질방에 전전
삶의 터전 잃고 찜질방에 전전
  • 박윤조 기자
  • 승인 2010.11.30 15:09
  • 호수 1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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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평도 가서 살고 싶어…”
▲대피소에 설치된 임시진료소의 모습.
▲인천의 인스파월드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있는 연평도 주민들.

 

 

 

 

 

 

 

■ 서해5도 주민들의 피난처

  삶의 터전 잃고 찜질방에 전전
“그래도 연평도 가서 살고 싶어…”

포격 후 엿새째인 28일, 연평도 주민들은 최근 삶의 터전을 잃고 꼼짝없이 인천시 중구 신흥동 모 찜질방 임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약 1000여명의 주민들은 소일거리 없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하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보통 찜질방에서 입는 시원한 옷차림과는 달리 주민들은 두꺼운 윗옷을 꽁꽁 싸매 입고, 챙겨온 짐도 다 풀지 않은 채 언제든지 떠날 채비를 한 듯 보였다.
이렇게 임시 숙소에서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없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여러 곳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또한 연평도의 아이들이 걱정돼 살펴보러온 연평초등학교 모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살아서 나올 수 있게 된 게 감사하다. 아이들도 모두 다친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큰 학교가 아닌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며 “방공호가 학교 밑에 바로 있어서 대피하는데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찜질방에서 아이들은 찜질방 내부 PC방과 만화책방 그리고 놀이방에서 천진난만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곤 했다. 지금 연평도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보다 아이들은 해맑았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밝은 표정을 지닌 것만은 아니었다. 박병환(14세) 군은 “수업을 하려는데 갑자기 빵! 빵!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연기가 나고 불이 났다. 잠깐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또 폭격이 일어났다. 정말 무서웠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아빠가 군인이라 연평도에 남아있는데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몇 분 뒤 텔레비전에서는 ‘주민 긴급 대피령’이라는 속보가 떴다. 주민들은 일제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얼굴들은 하나같이 복잡한 심정을 대변하듯 어두웠다. 한참동안 텔레비전을 바라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는 한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아들이 공무원이라 연평도를 지키고 있다”며 “오늘 미사시간에도 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울었다”고 말하는 아주머니의 눈물을 알 수 있었다. 또 “연평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옹진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시간이 되었다. 찜질방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줄이 계속 이어진다. 식사를 마친 박 할아버지(73세)는 “밥이 별로지만 죽지 못해 먹어”라며 “잘 때도 쭈그리고 자는데 여기서 생활하다 없는 병도 생기겠어”라고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어서 구구절절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칠 십 평생 살면서 6·25도 겪었었는데 그때도 연평도는 잠잠했어. 근데 이거는 날벼락인거야.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벌렁해. 고향을 잃은 심정이야.”
연평도 남부리에서 온 박명선 할머니는 “오늘 진료 받았는데 낼 큰 병원 가보래.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쉬어야 하는데 지금 그러지 못 하니께. 편안하게 쉬고 싶은데 말을 하기가 힘들어….” 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 말을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 기자가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주변을 살펴보니 발에 깁스를 한 젊은 여성, 목에 파스를 붙인 아주머니, 허리에 보호대를 한 할머니 등 겉으로 보기에도 박 할머니처럼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면 아이들은 여전히 아픔을 모른 채 해맑았다. ‘찜질방 난민’들을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의 카메라를 보고 ‘Hi’라 외치더니 방긋 웃고 뛰어가는 한 아이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훗날 저 아이들은 지금처럼 삶의 터전을 잃는 아픔을 더 이상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박윤조 기자 shynjo0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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