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강요죄
(44)강요죄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10.11.30 17:18
  • 호수 1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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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 집단적으로 기합을 준 경우

 

단웅은 최근 동아리 후배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동기끼리만 어울려 다니고 선배들을 보고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완전히 선배를 식권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공강시간에 동아리실에 잠시 들린 단웅은 동아리방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이에 단웅은 저녁에 후배들을 옥상에 집합시켰다. 후배 갑은 무슨 권리로 선배가 집합을 시키는가라고 반발을 하였지만, 단웅은 말을 듣지 않으면 학교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저녁에 단웅은 일장훈계를 한 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단웅이 한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가?


소위 ‘얼차려’는 군대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성의 전당이라고 불리우는 ‘대학’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이런 경우에 문제되는 범죄는 ‘강요죄’이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폭행은 의사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이므로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가해질 필요는 없으며 사람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유형의 행사이면 되며, 협박은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정도의 해악의 고지를 말한다.


이러한 폭행·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는 것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계약포기서에 강제로 날인하게 한 경우, 해외도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여권을 강제회수한 경우에는 ‘계약체결의 자유’와 ‘해외여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면, 수업에 참여하려고 하는 후배를 붙잡아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경우 수업권이라는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아무런 권리나 권한이 없고, 상대방에게 그에 따라야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행위를 하게 하거나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을 협박하여 법률상 의무 없는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 골프장 운영자가 바뀐 회칙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불리한 회칙에 서명하도록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경우 술을 마실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강요죄에 해당하는 사례이며, 동아리의 정기모임이라면 참석할 의무가 있을지 모르나, 동아리활동 이외에 옥상에 모여 선배들에게 얼차려를 받아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강요죄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주의할 점은 강요죄가 상습 또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행해지거나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여 행해지는 경우에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의해 가중처벌된다는 것이다.


후배들은 단웅의 집합요구와 얼차려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단웅은 이러한 것을 협박을 사용하여 했기 때문에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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