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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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12.01 08:15
  • 호수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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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기능 상실된 학생자치, 브레이크가 없다

   ◇영국은 최근 약 13만 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 수업 거부, 거리 행진 등의 시위로 한창 떠들썩하다. 금융위기로 내몰린 영국 정부가 학자금 지원 및 학비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거리로 나온 것이다. 20년만에 처음이라는 영국 대학생들의 시위는 마치 축제와도 같아 보인다. 구호를 외치고 악기를 불고 각종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광기를 발산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스텐포드, 케임브릿지와 같은 명문대 학생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학점, 취업준비는 우리나라 학생들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가치를 위해, 나 하나가 아닌 우리를 위해 그들은 학교가 아닌 거리를 택한 것이다.

   ◇요즘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소통을 위한 인터넷 등의 각종 매스컴이 발달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부당한 일,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대자보를 이용하거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해 이를 알리면 된다. 이러한 매스컴들은 전파력이 워낙 강해 순식간에 많은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 굳이 수업을 빠지고 공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시위를 벌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성은 학생들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들이 내던 강력한 목소리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을 감수했기에 더욱 처절하고 끈질겼던 전과 달리 매스컴을 통한 호소는 시간에 지치고 수준 낮은 논쟁에 지쳐 너무도 쉽게 사그라져 버린다. 처음부터 어떠한 손해도 감수할 생각이 없는 이들로 뭉쳤으니 작은 손해에도 흩어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전체학생총회만 봐도 그렇다. 안건을 상정하고 많은 학생들이 모여 어렵게 전체학생총회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올해가 끝나가도록 어떠한 부분이 반영되었는지 결과를 알 수가 없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심지어 전체학생총회의 안건이었던 16주 강의 축소에 대한 내용은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 공약으로까지 나왔다.

   ◇죽전·천안캠퍼스 학생자치기구가 한 해 긴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했던 부분 중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행되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학생자치기구가 반성하고 자책하지 않음은 비판·견제의 기능이 그만큼 약화된 것으로, 학생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 볼 수 있다. 발전적이고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생자치를 실현되기 위해선 학생들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져야 하고 비판·견제의 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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