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주간기자석 -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1.08 01:06
  • 호수 12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기계발서 읽는 사람들을 경멸한 적이 있었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꿰찬 지리멸렬한 자기계발서들을 모조리 불 속에 집어 던지고 싶었다. 현자들이 일생을 던져 일궈낸 통찰의 밭 한 켠을 빌려 나도 씨를 뿌리고 정성 들여야 거둘 수 있을 진리의 수확물들을, 모든 전후과정을 생략한 채 알맹이만 얻겠다는 그 성립될 수 없는 판타지가 기가 막혔다. 치즈가 어쩌고 마시멜로가 어쩌고 하는 천 가지 얘기들이 표지만 다른 하나의 무가치한 허튼소리로 보였다. 결론적으로 그건 오만이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은 다급했을 뿐이었다는 걸 몰랐다. 그들은 누군가의 가장이거나, 곧 누군가의 가장이 돼야만 할 사람들이었다. 돈, 대인관계, 시간관리법 따위와 관련된 ‘진리’를 훑는 그들도 얼마든지 더 재밌는 책이 많다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불황의 가장을 보고 인스턴티스트라 손가락질했던 것이다.

 #시시한 ‘알맹이’를 쫓아 과정을 건너뛰려는 학교 정책들을 보며, 학생으로서 분노했었다. 단기적 성과만을 쫓는 근시안의, 혹은 예산 몇 푼 줄이자는 목적이 빤한 인스턴트 정책들이 결국엔 학교의 건강을 해칠 것 같아 불안했다. 내실을 놔두고 모양새에만 들이는 공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러다 문득 알았다. 대학이 조급하구나. 치열한 경쟁 위에선 때때로 울면서도 겨자를 먹어야만 하는구나. 대학도 불황의 가장이구나.

#이런 저런 학교의 사정들을 취재하며, 학교 일에 무관심하면서 어린애 같이 불평만 늘어놓는 학생들에게 또 분노했었다. 진지한 비판을 못하고, 위력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취하려는 의욕을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답답했다. 그들의 한가한 툴툴거림이 속상했다. 한데 결국 부끄러운 사람은 이번에도 거울 속에 있었다. 학생들은 곧 불황의 가장이 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준비할 것은 많고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단대신문이라는 언론매체의 기자로서, 소통의 실이 되고 싶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마주한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속담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그럴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멀리 갈 것인데, 너무 속도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마음이 급하다보니 그동안 소통하지 못했고, 그래서 화합하지 못한 것이 지난 한해 우리 대학의 모습이었다. 소통 때문에 아쉬웠던 한해였다. 2011년 신묘년이 소통과 화합의 해가 되어 단국대학교가 멀리 갈 수도, 토끼처럼 껑충 뛰어오를 수도 있기를 바란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김상천 기자
김상천 기자 다른기사 보기

 firestarter@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