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지구촌 ⑦ 인도 홀리축제
왁자지껄 지구촌 ⑦ 인도 홀리축제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1.08 01:09
  • 호수 1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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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 다른 인도의 새해맞이

문제 하나. 인도인들의 새해맞이 필수품은? 정답은 물감이다.

인도력으로 12월 마지막 날부터 이틀 간 이어지는 홀리축제는 묵은 해와 겨울 추위를 보내고, 새해와 더불어 따뜻한 봄의 기운을 맞이하는 새해와 봄맞이 축제다. 절기상으로 홀리축제가 지나면 인도의 겨울은 끝이 난다.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홀리축제는 농번기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밤에, 인도의 밤하늘에는 집집마다 나뭇단 태우는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온다. 어둠과 추위의 악령을 불태우는 ‘홀리까 다한(Holika Dahan)’이라는 이 행사가 홀리축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남부지방에서는 불 속에 코코넛을 던져 넣기도 하는데, 코코넛이 불 속에서 폭발하는 소리를 악령이 죽으면서 지르는 비명소리로 여기던 풍습 때문이다.

이튿날 새해, 1월 1일의 해가 뜨면 드디어 메인이벤트가 펼쳐진다. 물감은 바로 여기서 쓰인다.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너나할 것 없이 서로의 얼굴에 물감가루를 부비고, 양동이로 물감 탄 물을 퍼붓거나 물감폭탄을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스트라는 엄격한 신분제가 존재하는 인도지만, 이날만큼은 계급·나이·종교·성별 등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일직선상에서 축제를 즐긴다. ‘계급장 떼고’ 제대로 한판 붙어보라는 것인데 어찌 신이 안날 수 있을까. 천민계급인 수드라(sudras) 노동자가 지배계층인 브라만(brahmins) 승려에게 살금살금 몰래 다가가 승려복 목덜미를 힘껏 늘리고 그 안에 양동이로 물감을 들이붓는 진풍경을 보노라면 절로 환호성이 터진다.

▲ 인도 현지인과 외국인 여행자가 서로의 얼굴에 물감을 부비고 있다. 이날은 좋은 옷을 입으면 안될 것 같아 보인다.

외국인이니 봐줄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오히려 외국인이야말로 이날의 메인요리 중 하나다. 수염 덥수룩한 중년 신사가 악수를 청하며 “당신에게 물감을 살짝 묻혀도 되겠소이까?”라고 물어올 때 당신이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있다. 그의 뒤꿈치에서 출렁거리는 16리터짜리 물감 양동이가 많이 차가울 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심지어 봄풀을 뜯으러 나온 소에게조차 주저 없이 물감폭탄을 던진다. 평소 신성시하던 소 일지라도 이날은 만만한 먹잇감일 뿐이다.

형형색색의 물감이 사람들의 얼굴과 거리를 수놓는 동안 들썩이는 음악 또한 축제 내내 끊이지 않고 울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감을 뒤집어쓴 채 음악에 맞춰 막춤을 흔드는 이들의 웃음은 꼭 어린아이 같다.

온 나라의 국민들이 자신을 얽매던 모든 굴레와 억압에서 벗어나 한바탕 물감장난을 놀며 해방의 자유를 즐기는 인도의 이 독특한 새해맞이는 그들이 다시금 한해를 살아갈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진정한 카니발의 모습이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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