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공모에서 입상까지
「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공모에서 입상까지
  • 단대신문
  • 승인 2011.02.03 09:32
  • 호수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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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세상의 소외된 것들과 소통할 수 있었어요”

■ 「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공모에서 입상작까지
지난 시절의 문학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문학인 언어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었다

이번 공모는 작품 수만 놓고 보면 ‘흉년’이었다. 시, 소설, 평론 모두 합쳐 50여편 남짓이었으니 입상작을 낼 수나 있을지 편집부의 고민이 컸다. 날로 젊은이들의 글쓰기가 퇴락해 가는 현실의 투영인지, 불혹을 향해가는「단대신문 학술·문학상」의 영화가 다해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예전만 못한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번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이렇게 희망을 주었다. “대중문화의 키치적인 감각들이 만연하고, 디지털 일상이 비트처럼 문학을 해체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문학이 씌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시절의 문학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문학인 언어들을 만나게 된다. 단대신문 문학상의 작품을 읽는 기쁨은 여기에 있다.” 그렇다. 캠퍼스에서의 글쓰기의 양태는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어디선가는 끊임없이 고심하고 번뇌하며 습작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문청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에 응모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입상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편집부>

 

■ 「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입상자

△학술상 : 입상작 없음
△문학상 : 시부문      당선  남궁민(문예창작·4)  「늪이 들려준 이야기」
                                     가작  최영정(문예창작·4)  「폐지 줍는 노인」
                  소설부문   입상작 없음
※시상일시 :  입상자에게 개별 통보      
※심사위원
   - 심사위원장 : 지성우(법학·교수)단국미디어센터
   - 심사위원 : 김수복(문예창작·시인)교수·오민석(영어영문·시인)교수·강상대(문예창작·문학평론가)교수
 

 

 

 

 



■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당선소감 - 남궁민(문예창작·4) 양
“시를 통해 세상의 소외된 것들과 소통할 수 있었어요”

 

청춘이라고 믿은 문학 속에서 4년을 보내고 어둠이 내린 가로등 아래에서 슬며시 제 그림자를 밟아보았습니다. 시와 함께 서걱거리던 감정들이 이제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아 보입니다.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아문 상처를 헤집어 놓고 다시 아물 때 쯤 다시 헤집기를 반복하면서 시가 나에게 치유인지 고통인지 제 시를 끌어안고 한참을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제게 있어 시는 세상의 소외된 것들을 온전히 품어내는 과정에서 상처입고 치유되기를 반복하며 저를 성장시켜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부족한 저에게 당선소식은 나아가지 못하고 선 저를 햇살 아래로 밀어주었습니다. 웅크린 제 시가 아주 오랜만에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항상 어수룩한 시에도 아버지처럼 웃어주시는 김수복 선생님, 문학을 일깨워주신 박덕규, 강상대, 최수웅, 이시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든든한 어깨가 되어주시는 김중일 선생님, 이종수 선생님, 제 시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최영정 선배님, 07학번 동기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만 새기고 싶은 다른 수많은 이름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를 세태에 찌든 눈길로 바라보지 않고 끓는 열정으로 봐주신 가족들에게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 그르렁거리는 시편들이 흩어져있습니다. 천천히 토닥거려 같이 나아갈 길만 남은 것 같습니다.   

 

 

                  ■ 문학상 시부문 가작 - 최영정(문예창작·4) 군
                     폐지 줍는 노인

                     수레에 무게가 실릴수록 노인에겐
                     내리막길이 불안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등 뒤에 실린 하중을 온몸으로 간신히 버티며
                     차례로 한 발씩 내딛는 노인의 표정은
                     새하얗게 질린 석고상 같다
                     묵묵히 소임을 끝마치려는 듯
                     노인의 몸이 한 층씩 낙엽처럼 파르르 흔들리며
                     더 낮은 바닥을 향해 눈을
                     자꾸만 끔뻑 끔뻑인다.
                     순탄치 않던 그간 직립의 나날들.
                     노인의 구부정한 등허리는 길보다 각이 졌다.
                     삐걱거리던 지난 나날과 같이
                     축이 달아진 바퀴가 이따금 멈추어 설 때면
                     꿍, 궁 기지개를 펴는 안간힘으로 나아간다.
                     맑은 날이거나 흐린 날의 새벽녘에도
                     개의치 않고 늘 저렇게 해왔을 것이다.
                     먼 길을 횡단하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주어진 하루치의 삶만큼만 수거하고 돌아섰을
                     그 뒷모습이 마치 석양이 지는 황홀한 언덕 같다.
                     이제 막 길을 다 내려온 노인이 숨을 돌리며
                     길가의 작고 흰 조약돌처럼 웅크려 앉은 채
                     바람 속에 안겨 편안한 내생을 그려보고 있다.

 

■ 「제34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심사평
젊은 언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의식 엿보여


어느덧 34회에 이른 단대신문 문학상의 연륜 속에 지난 시절 청년 문학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감을 본다. 그들의 열정은 무모하리만치 적의로 가득 차서 사회를 향하기도 했으며, 자기 내면으로 깊이 내려가 현실의 매혹을 철저하게 뿌리치는 도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언어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뜨겁고 또 차가웠다. 단대신문 문학상은 그러한 언어들의 얼굴이다.

지난 시절의 언어들이 겹쳐짐으로써 오늘의 청년 문학도들이 꿈꾸는 언어는 더욱 선명하게 그 얼굴을 드러낸다. 대중 문화의 키치적인 감각들이 만연하고, 디지털 일상이 비트처럼 문학을 해체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문학이 씌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시절의 문학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문학인 언어들을 만나게 된다. 단대신문 문학상의 작품을 읽는 기쁨은 여기에 있다.

올해의 심사에서는 강미리·고민정·김선미·남궁민·이승렬·장국진·지은정·최영정 등의 작품을 깊이 있게 읽었다. 오늘의 언어들이 갖는 다채로운 기법과 사유의 폭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심사위원들은 남궁민과 최영정의 작품을 놓고 꽤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내 남궁민의 시 「늪이 들려준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최영정의 시 「폐지 줍는 노인」을 가작으로 결정했다.

남궁민의 시는 일상의 풍경을 신화적 세계로 이끌고 들어가는 상상력이 돋보였는데, 물, 달, 나무와 같은 원형적인 이미지들이 농밀하게 교류하면서 우리 세계의 깊은 ‘안’을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신화적 상상력은 매우 오래고 낯익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즈음의 젊은 언어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것이어서 오히려 남궁민의 시를 새로운 도전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반면에 최영정의 시는 그 사회적 상상력에 믿음을 주는 작품이었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과 시선이 미적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 평안함이 익숙한 어법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두 입상자가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단국 문학의 성취를 크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수복(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오민석(영문과 교수, 시인)·강상대(문예창작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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