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란’이 몰고 온 ‘기숙사 대란’ 4.4학점도 기숙사 탈락
'전세 대란’이 몰고 온 ‘기숙사 대란’ 4.4학점도 기숙사 탈락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2.23 21:50
  • 호수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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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소리 나는 집값에 학생들 울리는 고시텔 횡포까지

■ 재학생 살 곳이 없다

‘전세 대란’이 몰고 온 ‘기숙사 대란’ 4.4학점도 기숙사 탈락
“헉” 소리 나는 집값에 학생들 울리는 고시텔 횡포까지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이 울상이다. 주거 문제 때문이다. ‘전세 대란’은 ‘기숙사 대란’으로 이어져 대학가에 불어 닥쳤다. 인근 집값이 비싼 죽전캠퍼스는 더했다. 기숙사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설상가상 학교 근처 원룸 집값은 “헉” 소리가 절로 난다. 학생들은 결국 2평 남짓한 고시텔로 내몰린다. 그러나 학생들을 기다리는 건 고시텔 업주들의 가격 담합 횡포였다.

■수용률 부족한 기숙사
기숙사가 ‘하늘의 별’에 비유되는 원인은 부족한 수용률에 있다. 죽전캠퍼스 기숙사 수용인원은 1,603명으로 재학생 수(12,509명, 2010년 대학정보알리미 기준) 대비 수용률이 약 13%다. 재학생 수가 비슷한 인근 대학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주대(재학생 11,322명)의 기숙사 수용률은 22.5%(2,544명)다. 경희대 국제캠퍼스(재학생 13,656명)는 35%(4,826명)로 우리보다 무려 2.5배 이상 높다.

이러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올해 집현재 경쟁률은 2.2대1, 웅비홀은 1.7대1이다. 여기에 장애학생, 교환학생 등의 우선선발인원(집현재 141명, 웅비홀 100명)을 포함하면 경쟁률은 더 올라간다. 실제 체감경쟁률은 수치보다 훨씬 높다. 웅비홀을 신청한 한 여학생은 학점 4.1, 통학거리 왕복 5시간, 이전학기 벌점 0점의 조건인데도 탈락했다. 모든 조건에서 우세해도 사실상 운이 따라야 붙을 수 있다. 기숙사 관리주임 조학형 선생은 “대학별 재학생 수에 맞춰 각 대학별로 모집인원을 할당하기 때문에 4.4학점을 받고도 떨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숙사비가 약 20만원가량 올라 웅비홀 2인실의 경우 1년에 약 3백10만원이다. 여기다 보증금과 식비를 더하면 A형 식사의 경우 3백 80만원, B형 식사의 경우 400만원이 넘어간다.

■‘부르는 게 값’ 학교 앞 원룸과 고시텔
기숙사에 못 들어간 학생들은 원룸이나 고시텔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학교 앞 집값은 놀랄만큼 비싸다. 더욱이 원룸은 최소 1년 단위 계약이라 방학 때도 돈을 내야하는 셈이다. 부동산 복비니 관리비니 이것저것 더해지면 부담은 상당하다.

올해 신입생이 된 최성빈(무역) 군의 집은 경남 창원에 있다. 최 군은 기숙사 자원에서 탈락됐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구한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다. 최 군은 “방값이 비싸고, 그나마도 구하기 힘들었다”며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빚부터 떠안게 돼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생 박지현(특수교육) 양은 “학교와 거리가 멀면 비교적 값이 쌀 거라는 생각에 찾아봤지만 카페촌 근처나 대일초등학교 쪽 원룸촌도 학교 앞과 비교해 가격차이가 거의 안 난다”고 말했다. 박 양은 결국 투룸에서 모르는 사람과 보증금 2,000만원, 관리비 포함 월세 65만원을 반씩 부담하며 살기로 했다.

부르는 게 값인 건 고시텔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방문 취재한 결과 같은 건물에 층만 다른 데도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방이 적게 남을수록 돈을 더 받는 식이었다. 창문이나 샤워실이 있는 방은 약 5만원씩 더 비쌌다.

 

■고시텔 횡포에 속수무책인 학생들
‘6개월 계약으로 8월까지 의무계약입니다, 입실요금은 25x6입니다.’

얼마 전 문찬원(수학교육·4) 군이 고시원 주인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방값을 올리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였다. 갑자기 거금을 내라는 요구에 문 군은 당황했다.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는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고시텔은 원룸과 달리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고시텔의 법적 명칭은 ‘다중이용업소’로, 보증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여관 같은 투숙시설에 머무르는 것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달 말에 고시원에서 쫓겨날 판”이라고 말하는 문 군에게 새학기의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이런 고시텔의 횡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참다못한 한 학생은 재학생 커뮤니티인 ‘단쿠키(www.dankookie.com)’에 ‘고시텔 주인들의 가격 담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테니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회수는 금세 네 자리 수를 넘어섰고, 40여 개의 답글이 꼬리를 물었다. 2년 전부터 고시원에 살고 있다는 한 학생은 “나도 최근에 ‘모든 방 가격을 3만원씩 인상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고시원협회에서 가격을 통합하기로 했다며 갑자기 3~5만원씩 가격을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고시텔 주인들의 주기적 가격 담합 때문에 3년 동안 여러 고시원을 옮겨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비싼 가격 외에도 일부 업주들이 ‘6개월 이상’을 고집하며 4개월 계약은 거절하기 때문에 방학 때도 고스라니 생돈을 내야 하는 일도 있다는 지적이다.

손승우(법학) 교수는 “고시텔 업주들의 가격 담합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상의 ‘부당한공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학생 입장에서 개별적인 소송은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취재팀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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