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군중심리
[백색볼펜] 군중심리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3.08 17:15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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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따라하지마

◇ 평소 장난기 많은 K선배와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에 섰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배가 먼저 건너가려고 발을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멈칫하며 따라나섰다. 그런데 선배가 따라오지 않는다. …. 낚였다. 신호는 아직 빨간불이었다. 어제는 지하철에서 개찰구를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려는데 아래에서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사람이 이 소리를 듣고 뛰어가자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엉겁결에 뛰어 내려갔다. 하지만 도착한 열차는 반대편이었다.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두 번쯤 혹은 그 이상 겪어봤을 것이다. 생활 속에 찾아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누군가를 따라나서는 일, 우리는 이를 ‘군중심리’라고 말한다.

◇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군중심리에 대한 특별한 실험을 뉴욕의 거리 한 복판에서 한 바 있다. 그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피실험자에게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빌딩 옥상을 쳐다보게 한 뒤, 주위의 보행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였다. 바람잡이가 한 명일 때 주위의 행인들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바람잡이가 다섯 명으로 늘었을 때는 지나가던 행인의 80%가 걸음을 멈추고 똑같이 빌딩을 쳐다보았다.

◇ 앞의 실험은 남들이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게 사람 심리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군중의 작은 행위가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 대학 근처에서도 이러한 군중심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죽전역 셔틀버스 승강장 앞이다. 죽전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라면 아마 매일 볼 수 있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횡단보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무단횡단을 한다. “왜?”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말한다. “다들 무단횡단을 하니까. 굳이 혼자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면 튀는 것 같아서. 혹은 귀찮아서.” ‘조금 틀려도 모두가 같이하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니 단국대생으로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 군중심리에 적용되는 ‘3의 법칙’이 있다.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 둘만 더 있으면, 즉 3명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법. 본보에서 이번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보고자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을 시행하게 됐다. 본보 기자들이 바람잡이 역할에 나섰다. 또한 누구든지 바람잡이 역할이 될 수 있다. 의식 있는 한 두 명의 작은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죽전캠퍼스 기자들 다섯 명으로 3의 법칙 구색은 갖춰졌다. 이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군중심리가 이어져 놀라운 변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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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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