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단국대 셔틀 들어오는 것만 봐도 짜증 난다"
주간기자석 - "단국대 셔틀 들어오는 것만 봐도 짜증 난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3.09 21:35
  • 호수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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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건 아들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한 어머니의 눈을 봤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듯 떼거지로 무단횡단 하는 우리 대학 졸업생들을 횡단보도에서 지켜보던 한 학부모의 눈빛. 달려오는 차도 아랑곳 않고 대학 생활을 기어이 무단횡단으로 마무리 하는 그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그 학부모의 눈은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 뒤에도 한참 동안 그들의 손에 쥐어진 졸업장을 보고 있었다. 신문 조판 때문에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아마 다음날 입학식 때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을 것이다. ‘大學’의 시작과 끝이 무단횡단이 되는 웃지 못할 장면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무단횡단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 같다. ‘뭘 그런 거 가지고 캠페인까지 하고 그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까. 뒤집어볼 수도 있다. 대수롭지 못한 기본도 못 지키고 있는 게 우리다. 창피한 일이다. 창피한 것마저 모른다는 게 더 창피하다.

지금 출발하려는 길 건너편의 저 셔틀. 저걸 놓치면 지각이 분명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거기다 마침 지나가는 차도 없다면? 아마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문제될 것도 없다. 한데 불행히도 그런 수준이 아니다.

지난 2일 본격적 캠페인을 앞두고 죽전역 셔틀버스 승차장에 사전취재를 나갔다. 수신호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용민(24·가명) 씨에게 “내일부터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자, 갑자기 그는 넙죽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당황스러웠다. 누가 누구에게 뭘 감사한단 말인가.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다. “바쁜 시간대에 학생들이 우루루 무단횡단 하고 나면 차들이 저 뒤쪽까지 꽉 막혀요. 진짜 단국대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제 단국대 셔틀 들어오는 것만 봐도 짜증부터 나요.”

또 있다. 까딱 잘못해서 사고라도 나면 누굴 원망할 건가. 예전에 한 학생이 셔틀버스 승차장에 ‘내가 여기서 죽을 줄은 몰랐네’라는 현수막을 걸어뒀다고 한다.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 섬뜩한 기분이 드는 문구다. 이제는 단국대 학생의 권리인 양 무단횡단 하는 우리는 불안함도 창피함도 면역이 됐다. 덤벼드는 차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내 갈길 가겠다는 태도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캠페인은 이제부터가 본 라운드다. 죽전캠퍼스 취재팀 기자들을 총 동원해봐야 고작 열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취재하고, 수업 듣고, 남은 시간 탈탈 털어 벌이는 캠페인의 효과가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다. 대자보, 피켓운동 등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당신의 참여가 없으면 그저 망신만 당하고 끝날 것이 분명하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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