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전자출석부
뜬금없는 전자출석부
  • 신현경(영어영문·2)
  • 승인 2011.03.15 11:19
  • 호수 12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 하자고 했는지 당신은 아나요?


칼럼 청탁이 들어왔다. 주제는 ‘새로 도입된 전자출석부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나는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주제에 대해 딱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들어간 수업에서 두 눈으로 보았고, 적당히 느낀 것도 있었고, 어려운 주제도 아니었다. 새로운 전자출석부 시스템은 수업을 시작할 때 한번, 끝날 때 한번 출석을 확인했다. 처음 딱 보고 나는 별다른 사고과정 없이 당연히 이것이 출석 체크만 하고 도망가는 학생들을 제재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혼자만 마음속에 묻어두고 싶었던 비밀이지만, 창문 건너편엔 노란색 햇볕이 늘어지고 바람은 간질간질 불고 있는데 엄청 지루한 수업을 듣고 있어야만 할 때, 본능에 충실하게 출석체크와 사라진 몇몇이 본능과 싸워 이기고 컴컴한 강의실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나와 같은 출석점수를 받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열받을 때가 더러 있었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나는 철저히 내 입장에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적인 글을 쓰려하니 동기들과 얘기할 때처럼 내키는 대로 떠들어 댈 수도 없고, 일단 내가 내린 전제에 대해 뒤돌아봤다. 그리고 그때 깨달은 것이다. 나는 이 새로 바뀐 시스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것이 소소한 것일지라도 분명 대학에 어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에는 모종의 절차가 있었을 것이다. 회의나 의견 수렴 등의 절차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시스템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 물론 대학은 고등학교처럼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에 붙잡아 놓고 우리가 숙지해야 할 사항들을 머릿속으로 밀어 넣어주는 사람이 없다. 주변에 떠다니는 수많은 정보를 알아서 붙잡아야한다. 하지만 과연 학교가 학생들에게 ‘왜 새로운 출석 시스템이 필요한가’에 대해 숙지시키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진 않는다.

어떤 강의에선 교수님이 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셨다. 그나마 있는 짧은 강의 시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출석체크를 해야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전자카드 출석체크를 대안으로 제시하셨다. 학생들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카드를 기기에 찍고 출입하는 시스템이다. 이 방법 역시 대리출석이 가능하다. 규칙의 빈틈을 노리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새 출석 시스템의 도입 이유; 도망치는 학생 잡기’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 수업을 하기에는 확실히 적합한 시스템이다.

결론은 이러한 시간만 잡아먹는 새 시스템은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교수를 귀찮게 하기 위해? 소속 학과와 학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학생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그나마 단축된 수업도 너무 긴 것 같아서? 하지만 학교가 또 한 번 예산과 에너지를 들여 위 대안과 같은 진짜로 쓸 만한, 실용적인 시스템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새 시스템을 도입할 때의 태도로 보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음에 학교가 새로운 시스템을 우리에게 제공하면서 생각을 물을 때는, 이게 왜 바뀌었는지 학생들한테도 설명을 좀 해주거나, 학생들이 신경 쓸 만한 임팩트가 있는 뭔가 그럴싸한 제도를 제공하거나, 그중 하나였으면 한다. 물론 그에 앞서 학생들이 학교에 얕보이지 않을만한, 수업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신현경(영어영문·2)

신현경(영어영문·2)
신현경(영어영문·2)

 sunfl9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