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3월 14일
[백색볼펜] 3월 14일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03.15 14:54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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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세계를 일주한다


◇ 솔로들에게 그저 초콜릿의 씁쓸한 뒷맛만을 안겨주던 발렌타인 데이를 버티고 나면 어김없이 화이트 데이가 찾아온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는 하지만 솔로들에게는 그저 일본의 어떤 제과회사에서 만든 얄팍한 상술이라 느껴질 뿐이다. 고등학생 때는 애인이 없음에 달달한 사탕으로 쓴 속을 달래기보다 화이트데이날 친구들끼리 누가 원주율 길게 외우나 경쟁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만이 아니다.


◇ 3월 14일을 수학자들은 원주율 π가 3.1415926...임을 기념하기 위하여 ‘파이(π) 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π-Club’이라는 모임에서는 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6초에 모여 π모양의 파이를 먹으며 이 날을 축하한다. 그리고 π값 외우기, π에 나타나는 숫자에서 생일 찾아내기 같은 게임과 원과 관련된 놀이기구의 길이, 넓이, 부피 구하기 등의 퀴즈 대회를 연다고 한다. 한편 3월 14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났겠지만 1879년 3월 14일에 태어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로도 유명하다.


◇ π는 원이나 구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값이다. 특히 원의 둘레의 길이와 지름은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를 이루는데, 이 값을 원주율이라고 하고 기호 π로 나타낸 것이다. 반지름의 길이가 주어졌을 때 원의 둘레와 이러한 원주율 π를 구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런 수학자 중에는 아르키메데스도 있었다. 또 약 480년 경 중국의 조충지(祖沖之)는 π의 유리근삿값 355/113=3.1415929…를 만들었는데, 이 값은 소수점 여섯째 자리까지 정확하다. 1767년에는 람베르트(Johann Heinrich Lambert)가 π는 무리수임을 증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π의 정확한 값을 구하기 위하여 수많은 수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 3월 14일 태어난 아이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더 오래 연구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예술가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전 세계를 일주한다.”고 말했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이라는 밑그림에 끈기와 열정이라는 색이 칠해져 탄생하기 마련이다. 원주율의 값을 증명한 수학자들이 그러했듯이, 상대성 이론을 남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우리 대학이 지난달 창조캠퍼스에 지원 대학에 선정됐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새로운 직업 창조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한다. 화이트데이 애인이 없어 울지 말고 사탕을 입에 물고서 원주율과 아인슈타인을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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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ver12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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