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씨앗나누기]1.항공편
[여행씨앗나누기]1.항공편
  •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 승인 2011.03.15 15:24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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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드러누웠다

(1) 항공편

 

  아프리카 대륙을 빼놓고 모든 대륙을 밟아본 여행마니아인 필자는 주변인에게 ‘나도 여행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여행씨앗’을 나누고 싶어 한다. 2011-1학기 동안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 에피소드, 정보 등을 공유하고, 여행씨앗이 발아하도록 밑거름을 줄 계획이다. 첫 번째 항공편을 시작으로, 소셜네트워크, 여행사, 음식, 숙박 등 여행산업을 테마로 잡아 여행기의 맛을 더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공항에 드러누웠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 동력비행기 ‘플라이어 1호’를 조종해 비행에 성공했을 때 과연 항공 산업이 이만큼 성장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들의 호기심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 거대 산업으로 바뀌었고, 세계 6천여 곳의 항공사들은 지구 어디에서도 비행기가 닿을 수 있도록 날개를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 항공업계는 전망이 좋다. 저가항공사들도 사상 첫 흑자를 시현한데다 세계 여행수송은 2009년 상반기보다 약 7.9% 증가했고, 화물수송은 28.3%나 늘었다. 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늘어날수록 항공산업은 비즈니스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하게라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취항노선을 본적 있는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빨간색 화살표의 출발점이 한데 모여 우리나라 지도를 덮을수록 우리가 펼치는 무대는 전 세계가 된다.

 두바이 공항에 발이 묶였던 24시간, 무식해서 용감했던 유럽여행의 대단원

  그 첫 무대인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의 일이다. 두바이를 경유한 런던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도 우리 일행은 우여곡절을 거듭했다. 런던 개트윅(Gatwick)공항에서 탑승해야 했음에도 무작정 히드로(Heathrow)공항에 간 것이다. 어찌 그토록 무모할 수 있을지 지금생각해도 뭐에 씐 것이 분명하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으니 아뿔싸 이곳이 아니란다. 다시 개트윅 공항으로 이동할 시간도 모자랐다. 암담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애꿎은 항공사 직원에게 화풀이만 해댔다. 돌아오는 대답은 발권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앞으로 일주일간 한국행 비행기는 만석이라는 것이다.

  기차표를 모두 잃어버리고, 카메라까지 도둑맞은 유럽여행의 대단원이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다시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히드로 공항에서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때, 아등바등 대는 우리가 만난 한줄기 희망은 바로 히드로 공항 유일의 한국직원이었다. 그 분의 도움으로 두바이까지는 네자리를 마련했지만, 이후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두바이공항에 도착하고도 4명의 일행은 떨어져 있는 좌석 탓에 두 팀으로 나뉘었다. 여행하는 동안 얼마나 단합이 잘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한 팀은 공항내부에, 한 팀은 공항 밖으로 나와 버렸고, 연락할 방법이 없는 우리는 무작정 서로를 기다려야만했다. 당시 너무나도 느긋한 필리핀계 혹은 아랍계 공항 근로자 덕분에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속병을 앓았을지 모른다.

■ 거미줄 같은 항공과 전 세계로 뻗은 한국인 근로자

  정확히 12시간 만에 일행을 만났다. 그러나 그때도 대기표를 받는 순서를 두고 다시 한 번 팀워크를 발휘했다. 서로 먼저 한국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고, 누구는 내일당장 처리해야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노숙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갈 즈음 가까스로 대기표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4장 모두! 두바이항공이 대한항공과 제휴를 맺고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거미줄 같은 항공노선뿐만 아니라 이미 항공업계는 제휴를 통한 손님맞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한국인 유일의 영국과 두바이 공항 근무자가 없었다면 한동안 ‘국제미아’ 꼬리표를 달았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타지에서 느낀 한국인의 동포애는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돌이켜보면 무식했기에 용감했다. 공항에서 뜬눈으로 지새우더라도 여행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하는 값진 경험이었다. 작열하는 두바이 사막의 햇빛과 시원한 공항 모두가 그립다. 시간당 2만 1,8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두바이공항 여객터미널의 규모 또한 몸소 체험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세계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혹독한 신고식이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구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금, 라이트 형제의 희열을 떠올리며 다음 발을 내딛는다.
 

미스트레블(Misstravel.co.kr)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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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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