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신년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달갑지 않은 이유
2013-01-08 조수진 기자
◇2013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서로 통 큰 신년 인사를 했다. 지난 1일 소리소문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연금법’이 통과됐다. 국회가 국회의원에게 월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수혜 대상자만 780여명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반인이 이 정도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을 30년간 꼬박 내야 한다. 새해 첫날부터 국회의원들끼리 주고받는 신년인사를 보니 마음 한편이 시리다. 실시간 검색어에 ‘연금법 통과’가 높이 올라갈수록 연초 신년 인사를 하며 정을 나누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국민대표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아 간다.
◇최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새해를 맞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관심사’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업이나 스펙이 1위 일거란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취업 및 취업준비’는 21.5%로 2위였다. 대학생들이 가장 염두에 두는 관심사는 ‘등록금·물가·생활비’가 30.7%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잠시 깜박했다. 신년에는 ‘돈’을 통해 ‘복’을 나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너무 “돈돈돈”하니 가난한 대학생은 연초부터 서럽다.
◇필자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복을 나눠주고 싶은데, 가진 복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복을 나눠주진 못했지만 나도 매년 부모님께 듬뿍 받았다. 특히 이번년도는 방학 때 집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연초부터 복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보내셨다. 이 순간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맘이 예뻐야 남자지’. 초등학교 4학년 때 저 노래로 에어로빅을 배울 때는 마냥 신났는데 지금은 ‘뭐니’가 ‘Money’로 들린다. 백색볼펜 원고를 탈고하고 나면 신년 인사 겸 룸메이트와 돼지고기를 먹으러 가야겠다. ‘돈(錢)’이 없으니 ‘돈(豚)’으로 대신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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