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크북크 ⑥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눈 멀자 보이기 시작한 세상

2013-11-01     이다혜 수습기자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이 먼다면 어떻게 될까. 눈먼자들의 도시는 사람들 모두가 하얗게 눈이 멀어버린 도시의 이야기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에 의해 비춰지는 도시의 모습은 참혹하고 잔인하다. 식량을 구하러 지하창고로 내려가 성냥불을 켰을 때, 흰 천으로 감긴 성당에 들어갔을 때 펼쳐진 해괴하고 끔찍한 광경들은 인간의 본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눈먼 자가 돼야 세상과 사람들을 제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등장인물들은 앞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됨으로서, 세상과 사람을 접하면서 만족하지 못할 것들에 감사해했고 나아가 노인과 창녀가 플라토닉한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감사와 소중함을 알게 된 이들은 눈을 뜨고 나서도 여전히 보잘것 없는 것들에 만족할 줄 알았으며 노인과 창녀는 서로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책을 읽은 후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눈을 뜨고 있는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않은 적 있던가. 본다는 게 과연 이성적인 판단에 도움만 되는가. 우리는 진실로 눈을 뜨고 있지 않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상대방과 세상의 본모습도 있다. 눈먼자들의 도시는 더 날카롭고 크게 많이 보려고만 했던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