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의 득과 실

2014-04-18     박정규(기초교양교육원) 교수

필자의 연구실에는 현재 개인용 프린터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전자 대리점이나 할인점과 같은 오프라인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한 푼이라도 싸게 살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한 지인이 온라인 공동구매 장터를 이용하면 훨씬 싼 값에 물건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였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온라인을 통한 구매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반신반의하면서 그가 가르쳐 준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과연 제시된 공동 구매가는 대리점 판매가보다 무려 30% 이상 싼 금액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물건 값을 송금해야만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과연 물건을 보내준다는 쪽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온라인 구매 사이트의 운영자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의 목돈을 챙긴 후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달아났다는 기사 외에도 몇 가지 불미스런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남의 일이려니 하고 넘겼는데, 이번에 프린터를 사려고 하니 머리가 생각보다 복잡해졌다.


물론 소비자는, 같은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싼값에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도, 지금 상황으로는 온라인 공동구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자꾸만 앞에서 제시했던 의문이 떠오른다. 만일 물건 값을 송금했는데, 하필 그때 그 사이트가 폐쇄된다면? 물론 기우(杞憂)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다. 필자가 들은 바로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인 데다, 소요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책임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쯤 되면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렇게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다시피 하면, 이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대부분 공공기관일진대, 도대체 감독 기관은 왜 있는 것이며, 과연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월급을 받아갈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또 다른 의문은, 이른바 공동 구매나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또한 당연지사일 텐데, 과연 그네들이 지금처럼 급속도로 바뀌는 세상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근처의 재래시장을 한 번이라도 둘러보면 결코 우문(愚問)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어느 정도는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저들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조금 더 싸다고 무조건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과연 최적의 구매 방식인가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새로운 방식의 등장이 기존의 방식을 거의 무효화하면서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보다 점진적인 변화가 가장 바람직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가기가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