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자기 모습을 인정해야 앞으로의 성장이
변명
2014-10-16 이다혜 기자
이 때문에 나는 누군가가 ‘왜’라고 묻지 않으면, 꾸중을 들을 때 그저 ‘이렇게 한 부분에 대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어떠한 잘못에 대해 이유를 떠들기 시작하면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과실의 정도를 감하려는 행동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유를 대지 않는 것에도 화를 내긴 하지만, 보통은 윗사람에게 혼이 날 때 이것저것 과오를 무마하려 설명하는 사람보다 가만히 듣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조용히 올리는 사람에게서 더 반성한 모습이 보인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실수를 했으니 조금은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사유를 가지고 있든 잘못은 잘못이라고 침묵으로 인정하는 태도가 더 멋지다. 이렇게 매를 달게 맞는 법은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는 자세에서 시작한다.
여럿이서 잘못을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만일 너와 내가 함께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 둘 모두가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된다. 잘못에 ‘더’가 어디 있나? 했으면 한 것이고 안했으면 안 한 것이다. 여기서 “누가 더 잘못한 것이네”,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잘못을 하게 된 것이네” 하고 변명을 한다면 자기 자신을 더욱 더 깎아내리는 모습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본인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바쁘게 사는 우리 대학인들은, 바빠질수록 변명만 늘어가는 것 같다. 작은 실수이든 큰 실수이든 똑같은 과오이다. 언젠간 잊힐 것이고 용서도 받을 텐데 왜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조금이라도 매를 덜 맞고 싶어서 죽을 애를 쓰는가? 사실이라도 변명은 변명이다. 그냥 쿨하게 “그래, 내가 그 당시에는 잘못 판단해서 이런 실수를 했다. 매는 달게 맞을 테니, 세게 쳐라. 미안하다”고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은 모두가 잘못을 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하나 둘 씩 계속 변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 거짓말도 생기고 안 좋은 감정도 생겨나길 마련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계속해서 본인을 계속 깎아내리는 행동은 뒤로 하고 한 번에 싹 털어버리길 바란다.
<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