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옳다⑨ 로키산맥,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잊지못할 감동의 파노라마

2015-06-02     길지혜 여행작가

끝도 없이 펼쳐진 만년설의 설산(雪山), 로키산맥. 북미대륙의 캐나다와 미국 서부를 잇는 대자연의 파노라마는 지금 이 순간도 거침없이 진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앨버타 주에서 미국의 뉴멕시코 주까지, 남북으로 4,500㎞에 걸쳐 있는 대산맥. 상상조차 어려운 4,500㎞의 장엄한 로키 산맥이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경관’인 이유는 누군가 만들어낸 상업적 리스트가 아니었다. 보자마자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탄성을 지를 이곳. 광활한 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실감케 할 그곳이 바로 ‘로키 산맥’이다. 
캐나다의 로키산맥은 만년설로 덮인 웅장한 산봉우리와 영겁의 세월을 머금고 있는 빙하, 에메랄드 빛깔 호수와 원시 야생 그대로를 품고 있다. 특히 밴프에서 재스퍼로 이어지는 핵심구간에서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다. 로키산맥을 찾는데 사계절 중의 겨울은 그야말로 백미다. 신들린 어느 석공의 솜씨로도 따라갈 수 없는 바위산, 그리고 마주한 설경은 보는 이의 눈이 멀지도 모른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밴프와 재스퍼를 잇는 2,500㎞의 5박 6일 캠핑 대장정을 떠났다. 여행의 콘셉트는 ‘원하는 대로’. 언제든 캠핑카를 세워 그 품에 안기기로 했다. 로키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하늘로 솟아오른 침엽수림을 만났다. 수천 종에 이르는 나무들은 캐나다 국민들의 자랑이다. 나무를 팔면 국민 모두가 일하지 않아도 100년 이상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단다.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일행과 함께 곳곳에 마련된 캠핑장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바비큐를 해먹고, 힘들면 쉬었고, 쏟아 내리는 별을 보며 추억을 나눴다. 캠핑과 로키는 가장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로키의 보석, 세계 10대 절경이라 불리는 레이크 루이스로 핸들을 돌렸다.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이 유명한 호수는 연간 3백만 명이 찾는 곳이자, ‘최고’ 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꿈속의 풍경을 가진 곳이다. 겨울의 레이크 루이스는 여름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다. 얼음아래 잠긴 투명한 에메랄드 호수물빛은 여름에만 확인할 수 있지만, 양 쪽 두 산이 호위하는 겨울의 호수는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뱃속처럼 고요하고 평온하다.

호수 바로 앞에 자리한 특별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명성도 못지않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쪽의 방의 경우 70만~100만원 정도의 가격이며 성수기 예약은 몇 년 후까지 예약이 차있단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눈이 녹아 호수가 점점 그 얼굴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창문 밖으로 매초마다 변하는 놀라운 풍경에 감탄을 마지않을 테지.

콜롬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 field) 아사바스카 빙하가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아사바스카 빙하는 북반구에서 북극 다음으로 규모가 큰 빙원이다. 크기가 서울면적의 반 만하단다. 두께는 에펠탑 높이(300m)만하다. 자연이 거쳐 온 세월의 크기가, 우리네 삶의 겸손을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빙하시대 말기부터 겹겹이 쌓인 눈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되어 이곳의 빙원을 만들었다. 두 발로 디딜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빙하다. 바퀴 하나가 키를 훌쩍 넘기는 설상차를 타고 빙하 위를 직접 걸어봤다. 캐나다라는 국가로 이름 지어지기 몇 억 년 전부터 생명력을 이어온 자연이 내게 속삭였다. 떠나면 옳다고.

Travel Info. 로키 여행법
‘걷기’는 로키를 가장 가까이서 만끽하는 여행법이다. 캐네디언 로키에만 국립공원 4개와 주립공원 3개가 있다. 3000m 급 고봉 사이사이에 거울처럼 빛나는 호수가 오목하게 담겨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트레킹 도중에 야생동물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야생 곰도 종종 출몰하니 놀라지 말고 안전 거리를 유지할 것. 절대 먹을 것을 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