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지하철 여행⑪ 1호선(인천역)
1호선의 끝에서 ‘여름 끝, 가을 시작!’을 외치다
뜨거웠던 여름은 갔다. 얄밉게 정수리를 달구던 태양은 높아진 하늘만큼이나 멀어졌다. 여름이 가길 그렇게 빌었건만, 치열했던 계절을 떠나보내는 것이 왠지 아쉽다. 그러나 작별 후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는 법. 이글거리던 태양과 작별하고 붉은 단풍과 인사하자. 아, 아직 단풍이 들긴 멀었다면 이곳에서 ‘붉음’을 먼저 맞이해보자.
1호선의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붉은 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그 기운만으로도 이곳이 어딘지 대충 짐작 갈 터, 바로 인천의 관광명소 ‘차이나타운’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중국인들이 모여 살며 중국 문화가 형성된 이곳은 간판과 건물외벽, 가로등까지 중국인이 부와 생명연장을 상징한다고 여겨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칠해져있다.
차이나타운에 왔다면 짜장면 한 그릇은 먹어줘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 차이나타운의 중심거리 끝에 중화음식점 ‘공화춘’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해 판매한 ‘공화춘’의 이름을 빌린 식당이다. 담백한 소스와 쫄깃한 면발, 기본에 충실한 그 맛에 반해 한 그릇 더 먹고 싶겠지만 이쯤에서 참는 게 좋다. 거리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월병, 공갈빵, 화덕만두, 양꼬치…. 후각을 자극하는 중국음식과 치파오, 전통차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 덕에 중국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오늘의 운세를 점쳐줄 포춘쿠키 하나를 손에 쥐고 차이나타운 옆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의 거리’로 향한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줄 지어있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하다. <인천개항장 근대역사문화지구 탐방>이라는 테마로 짜인 관광 코스도 돋보인다.
코스를 따라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짜장면박물관’. 오래전 화교 우희광 씨가 설립한 ‘산동회관’은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화음식점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1980년대 상권쇠락과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이후 건물을 보존해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은 한국 최초의 짜장면 테마 박물관으로 한국식 짜장면의 탄생과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어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시계획이 이뤄진 인천과 서구식 근대 건축물의 모습을, ‘인천개항박물관’에서는 인천의 개항기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통합권 관람료 1천700원(성인 기준)을 내면 세 곳 모두 관람 가능하다. 따로 관람하는 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서로 근접해있기 때문에 꼭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삼국지벽화거리’이다. 아득한 계단을 오르다 지쳐갈 때쯤 눈앞에 펼쳐지는 삼국지벽화는 감탄을 자아낸다. 전 세계인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불후의 고전 삼국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조, 손권, 유비 세 사람의 영웅담이다. 친절한 설명에 역동적인 그림이 더해져 소설 속 명장면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인천역으로 가는 길은 낯설었지만 인천이 통교의 발판으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어떤 역사를 가진 도시인지 배우고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렇지 않다. 이제껏 가보지 못한 곳을 가는 설렘을 느끼고, 역사의 현장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고 싶은 당신, 주저 말고 인천역으로 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