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80. 디즈니 vs 지브리

동심과 판타지를 자극하는 ‘디즈니’ /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지브리’

2016-11-23     김아람·남성현 기자

 

누가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기발한 상상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더해 감동, 치유, 순수한 웃음까지 선사해주니 이만하면 아이들에게만 보여주기엔 아까울 정도다. 애니메이션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을 위해 서양과 동양의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디즈니와 지브리를 속속들이 비교해봤다.

●아람  역시 디즈니 작품을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니까.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엔 ‘권선징악’처럼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교훈이 녹아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지브리 작품의 대부분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로 엮이는 것 같아. 하지만 그 메시지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
●성현  그게 바로 지브리의 매력이죠! 다소 부담스러운 설정과 장면도 있긴 하지만, 틀에 박힌 주제가 아닌 참신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잖아요. 영웅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는 여느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아람  맞아. 그래서인지 지브리 작품들엔 괴담도 꽤 있잖아.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해석할 여지를 많이 남겨둔다는 거겠지? 그에 반해 디즈니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꽤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편이야. 아무래도 디즈니 작품엔 〈미녀와 야수(1991)〉, 〈피터 팬(1953)〉처럼 동화가 원작인 것이 많으니까. 어찌 보면 좀 일차원적이기는 한데, 현실이 퍽퍽해서 그런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이 위로로 다가오더라.
●성현  그렇죠. 또 디즈니는 주로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 상상했던 것들을 다뤄요. 풍선으로 날 수 있는 집으로 세계를 여행한다거나, 어두운 방의 문을 통해 괴물이 들어온다거나, 내가 자릴 비웠을 때 장난감들이 움직여 모험을 한다거나…. 반면 지브리의 작품은 지브리만의 독특한 상상력에 기반을 둔 것이 많죠. 특히 어떤 구멍이나 장소를 지나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신비로운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이웃집 토토로(1988)〉의 스토리는 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아람  토토로! 지브리의 대표 캐릭터지. 포실포실 통통한 배에 누워서 자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말 나온 김에 두 스튜디오 작품들의 분위기를 비교해볼까? 지브리는 따스하고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 반면 디즈니의 요즘 작품들은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좀 더 사실적이고 화려하지. 근데 난 사실 디즈니 예전 작화가 조금 더 좋아. <신데렐라(1950)>나 <라이언 킹(1994)> 같은 느낌의 작화 말이야.
●성현  라이언 킹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게 또 있죠. 바로 주옥같은 OST들! 특히 앨튼 존과 팀 라이스가 부른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아카데미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골든글로브까지 섭렵했었죠. 생각해 보니 디즈니 작품들에 명곡이 참 많군요! 2년 전 겨울엔 <겨울왕국(2014)>의 ‘Let It Go’도 전 세계를 강타했었잖아요.
●아람  그렇게 말하면 지브리가 섭섭할 걸~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의 명곡들 몰라?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부터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의 OST를 담당하면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지. ‘인생의 회전목마’나 ‘Summer’는 정말 유명하잖아.
●성현  인정합니다! 자, 마지막으로 두 스튜디오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까요? 저는 부드러운 그림체로 아름다운 시골 풍경, 라퓨타 왕족의 신기한 기술들을 그려낸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고르고 싶어요! 라퓨타를 둘러싼 해적과 군대, 그리고 여주인공 ‘시타’를 지키기 위한 남주인공 ‘파즈’의 분투가 박진감 넘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거든요.
●아람  나는 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2015)>을 선택할래. 단기기억, 장기기억 등 심리학적이고 뇌과학적인 분야를 넘치는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작품이야. 슬픔의 존재를 인정해야 진정한 기쁨을 알 수 있고, 비로소 감정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지. 
<본 평가는 기자의 주관적인 견해임.>

이런 사람에게!
꿈과 환상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당신, 디즈니를 추천!
자연·인간·사랑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당신, 지브리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