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유통(Place)

박재항의 마케팅 튜토리얼 7

2018-11-21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19~34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특정 장소에 대한 조사를 했다. 일부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장소는 어디일까?

 

- 조사 대상자들은 주당 평균 4.1회 이곳을
   방문했다.
- 1회 방문할 때마다 평균 8.230원을 썼다.
- 주 평균 2.4회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 갈 때마다 여기에서 평균 10.7분 머물렀다.

 

대학생들이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하여 가장 자주 들르는 장소인 이곳은 편의점이다. 상품을 팔고 사는, 다른 말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Place)를 넓게는 시장, 특정한 제한된 공간으로 치면 매장 혹은 유통점이라고 부른다. 마케팅 4P에서 ‘Place’는 어떤 종류의 매장에서 팔 것인가부터 그렇게 팔기 위한 각 과정에서의 활동들을 포함하여, 좁게는 ‘장소’라고 직역하거나, 광의의 개념을 담아서 ‘유통’이라고 부른다. 한자로 쓰면 ‘흐를 류流, 통할 통通’으로 문자 그대로 물처럼 자연스럽게 제품과 서비스가 흐르도록 하는 활동이다.

유통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결정은 어디서 파는가이다. 모터사이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죽재킷, 티셔츠와 같은 의류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그때 마케팅 담당자가 가장 고민한 부분이 바로 어디에서 팔아야 하는가의 문제였다고 한다. 모터사이클을 팔던 기존의 딜러샵, 할리데이비슨 의류만 파는 전문점, 백화점의 의류 매장 등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기존 유통의 확장이냐, 새로운 채널의 개척이냐가 관건이었다. 이를 결정하기 위하여 제품의 질과 가격, 프로모션 계획 등 마케팅의 다른 ‘P’들을 검토하게 된다. 옳은 방향인가 판단하는 기준은 목표 고객과 포지셔닝이며, 향후 성장 전략까지 고려해야 한다. 


유통(Place)도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편의점도 초창기에는 10분 넘게 머무르며 끼니를 해결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삼각김밥도 나왔고, 이제는 일반 식당 백반과 같은 도시락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광고금 납부, 수하물 취급 등의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고 있다. 유통점 자체의 성격이 변한다.


‘사이버’라는 새로운 공간이 또한 등장했다. 디지털 채널, 곧 온라인 유통이라는 옵션이 생겼다.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할 것인지, 외부의 온라인쇼핑을 활용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따로 관리하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연결, 통합하면서 유통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렇게 결합 방식이 다양화되어 옵션이 많아지면서 대규모 유통업체의 힘이 강력해졌다.


유통업체의 힘이 세지며 상대적으로 제조업체가 유통(Place)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운용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푸념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물류 과정에서의 부담을 덜고,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무대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성과 소통을 통한 관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다는 데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